지역고교 출신 서울대생 고작 13%…'이창용式 비례선발제'가 대안 되나

2024-10-17

“입학 정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로 뽑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서울대 등 상위권대가 자발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8월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같은 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SKY) 등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지역별로 학생을 선발하자”며 지원사격을 했다. 이후에도 이 총재는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교육 당국도 아닌 한은의 이 같은 제안에 교육계 안팎에서는 파격적인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총재 역시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가 교육 문제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강남 3구에 집중된 지나친 교육열이 입시 경쟁은 물론 수도권 집중, 집값 상승, 저출산,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까지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입시 제도의 개선 없이는 사회 난제를 풀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사실 한은 연구진이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처음 나온 방안은 아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서울대 총장이던 2002년 제안한 ‘지역할당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정 전 총장의 제안은 ‘지역균형선발’이라는 이름으로 2005학년도 대입에 도입돼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가 현재 전체 모집 정원의 약 20%를 지역균형전형으로 선발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이를 입학전형 대부분으로 확대 적용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지역균형전형만으로는 특정 지역 쏠림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 2018년 서울대 진학생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출신 일반고 졸업생은 전국 졸업생의 15.6%였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32.3%를 차지했다. 강남 3구 출신 졸업생 비중은 전국 졸업생의 3.6%였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12%에 달했다. 서울과 비(非)서울 간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대 진학생 중 서울 출신 비중은 37.2%로 2018년(32.3%) 대비 4.9%포인트 늘었다. 지역균형선발제에도 불구하고 읍면 지역 출신은 13.4%에 불과하다. 올해 서울대 전체 신입생 중 강남 3구 출신 비율(13.11%)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은 이 같은 결과는 대학 진학률에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과 2018년에 소득 계층별 상위권 대학(상위 8개 대학 및 의·치·한·수의대) 진학률을 분석한 결과 2010년 기준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사이 상위권 대학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잠재력 이외의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로 추정됐다. 2018년 역시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92%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 지역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역비례선발제 도입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지역균형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은이 제안한 방안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제안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관련해 서울대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행 대입전형 체제와 특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지원자 선호에 따라 모든 모집 단위에서 할당이 가능한 지역별 지원자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안전망을 허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통합전형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새 제도를 도입해 지역별 학생 비율로 선발할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는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역균형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사회통합전형·지역인재전형 비율을 높여서 학생을 선발한다면 강남 집중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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