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절도 범죄의 저위험 고수익

2024-09-23

소매점과 주택을 겨냥한 LA의 절도 쓰나미는 이제 어떤 임계점에 다다른 듯하다. 8월에 LA에서 발생한 두 건의 사건을 보면 그렇다.

8월 17일 세리토스의 한 주택에서는 집주인이 절도 용의자에 총을 쏘아 중태에 빠트렸다. 31일에는 LA 북서쪽 위네카에서 집주인이 절도 용의자를 칼로 찔렀다. 새벽에 침입한 용의자를 딸이 발견했고 집주인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뒤였다. 집주인의 무기 사용은 절도 저지보다 가족을 지키려는 급박함이었을 것이다.

두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정당방위다. 그러나 지금의 절도 쓰나미 상황에서는 자력구제의 성격도 있다. 일상이 되어버린 절도에 처음엔 놀라움과 당혹감을 느꼈을 시민들이 이제 공권력을 불신하면서 자력구제에 나선 것이 아닐까 하는 징후가 두 사건에는 있다. 믿을 곳이 없어진 개인은 물러설 곳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직접 해결에 나서게 된다. 손에 무기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의아한 면도 있다. 절도가 그렇게 횡행하는데 물리력으로 대응한 사례가 왜 몇 건 되지 않을까. 자유로운 무기 소지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아무리 정당방위라고 해도 평범한 개인이 무기를 사용해 사람을 공격하기란 쉽지 않다. 평생 한 번도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는 평범한 시민이 한두 명 나온 것만 해도 공권력 불신이 낳은 두려움의 크기일 수 있다.

범죄자 입장에서도 절도는 그냥 경범이 아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다. 한때 LA에서 빈집털이는 갱단의 신고식 중 하나였다. 무기 소지가 합법인 곳에서 빈집털이는 목숨을 건 범죄다. 비었다고 생각한 집에 주인이 있고 마침 주인이 총을 갖고 있다면 물건 훔치려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최근 절도 양상 중 하나가 집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인데 이건 갱단의 신고식 심리와 다를 바가 없다.

미국에서 절도는 언제 살인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집주인에게는 절도범이 총을 갖고 있을 수 있어서, 절도범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총을 갖고 있을 수 있어서 그렇다. 절도는 양형 기준 경범이지 그만큼 위험한 범죄다. 결국 대가는 크고 이익은 적다. 그래서 절도는 많지 않았다. 이건 소매점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혼란은 LA에서 오래 유지되던 이런 균형이 깨지면서다. 절도의 이익은 커지고 대가는 작아졌기 때문이다.

범죄를 막는 세 가지 장치를 순서로 보면 발각의 두려움, 검거의 두려움, 처벌의 두려움이다. LA는 피해액 950달러 이하 절도를 경범으로 낮추고 경범에 사실상 보석금 제도를 없애면서 처벌의 두려움은 쪼그라들었다. 경찰력이 약화하면서 검거의 두려움도 줄었다. 남은 것은 발각의 두려움뿐이다. 집주인의 자력구제가 이해가 간다.

대신 절도의 이익은 커졌다. 예전엔 도난품을 범죄조직이 아니라 일반인에 팔려면 거리에서 은밀하게 턱없이 싼 값에 넘겨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합법적인 물품과 같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 그러니 절도가 일상이 되고 조직화된다. 예전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대형 소매 체인점도, 중산층 거주지역과 부촌도 절도 대상이 됐다.

절도 쓰나미를 막으려면 저위험 고수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우선 이런 상황의 발단 중 하나인 행정 편의주의부터 되돌려야 한다. 구치소가 부족해도 증설 대신 경범 처벌을 약하게 해 수감자를 줄이고 예산이 부족해 경찰력을 줄였다. 그렇다고 피해액만을 기준으로 경범을 규정한 건 행정 편의주의다. 다행히 경찰력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이제 경범 처벌 기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범죄를 막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떠밀리듯이 자력구제에 나서지 않는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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