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 지평 넓어졌는데…인력 30년째 제자리, 떠나는 실무자급 4년 새 3배로

2024-10-21

한국 외교부 인력이 올해 기준 2896명으로 미국의 약 10분의 1 수준이자 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주요국과 비교해도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 주요 7개국(G7)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받는 한국 외교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 올해 정원은 2896명으로 본부 940명, 국립외교원 107명, 재외공관 1495명, 주재관 354명으로 구성됐다.

30년 전인 1994년 외교부 정원이 209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년 새 약 800명만 늘어난 셈인데, 외교부 당국자는 "폭증하는 외교 수요에 비해 외교부의 인력 등 외교 인프라는 주요국 대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본부 인력의 경우 1994년 814명에서 시작해 부침을 겪다가 올해는 940명으로 집계됐다. 30년 동안 100명 남짓 늘어난 셈으로 2019년과 비교해도 충원이 없었다. 한국이 지난해 한·태도국 정상회의에 이어 올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내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매년 도맡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과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 외교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약 2만 6000명, 일본은 6604명, 캐나다는 1만 2846명, 이탈리아는 약 6940명의 외교 인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지난해 향후 외무성 인원을 2030년 초까지 8000명으로 증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늘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연대를 강화하고 대중 외교를 보강한다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인력이 모자라다 보니 신흥 이슈에 대응하는 역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외교부 내에서 과학기술외교는 하나의 과(국제과학기술규범과)가 전담하고 있다. 반면 미국 국무부와 영국 외무부, 일본 외무성은 각각 사이버공간디지털정책국, 경제과학기술국, 군축비확산과학부 등 국(局) 혹은 부(部) 단위의 조직을 두고 과학기술 외교에 대응하고 있다.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은 외교 인력 유출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의원면직자(자발적 퇴직자)는 2020년 34명→2021명 53명→2022년 63명→지난해 7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외무공무원 3~6등급에 해당하는 실무자급에서 관두는 경우가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도별로 비교하면 2020년 실무자급 의원면직자가 12명이었던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41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관련,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최근 젊은 직원들의 의원면직 사례가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만성적 인력 부족 문제가 사기저하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고 사이버·첨단과학기술 등 신흥 분야에서도 외교 업무가 다변화하는 추세인데 지금은 기존 인력에 일을 더 맡기는 임시방편으로 버티며 외교부 직원들의 번아웃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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