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통령은 한동훈을 껴안아야

2024-10-14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다정한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 갈등과 혐오 속에서 원수지간이 되는 수도 있다. 네것 내것 없이 어울리던 친구 사이에도 자칫 갈등이 생겨 데면데면 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심이다. 별것도 아닌 일에 괜한 오해가 생겨 상대의 진심을 곡해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깍뜻 했던 우정에 금이 가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전연 타인이랄 수 있는 친구지간의 우정은 어떤 경우에는 친형제보다 더 끈끈한 것인데 여기에 마찰이 생긴다는 것은 자신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진 것이다. 이런 일이 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든지 풀릴 수 있겠지만 성인이 된 이후라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성인 이후에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과 부딪치면서 생겨나기 때문에 이해(利害)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수가 있다.

꼭 이해관계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넓게 보면 사회생활에서는 반드시 주장과 이념의 괴리가 생겨 맞부딪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오해는 소통을 통해야만 극복된다. 문제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으면 오해는 눈송이처럼 점점 크게 뭉쳐질 수 있다. 큰 뭉텅이가 되기 전에 소통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열쇠다. 자존심을 내세워 이를 방치하고 있으면 풀리기는커녕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소통 부족으로 인한 전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범하여 벌써 2년이 넘는 세월을 지새우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한 이스라엘의 반격은 이란 레바논까지 번지며 가장 참혹한 인간살육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 두 전쟁은 전혀 풀릴 것 같지 않은 당사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점점 확전일로를 걷는다.

한국은 70여년 전에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의 수렁에 빠진 일이 있다. 이 때 16개국이 유엔의 깃발 아래 참전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그 때 소멸되었을 지 모른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난 한국은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를 겪으며 군사독재의 철권에 시달렸고 5·18항쟁의 참상을 겪으면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은 지금까지도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여 고난의 행군 시절에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비극을 연출했으면서도 오직 핵 하나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며 걸핏하면 핵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한반도 두 국가는 통일을 염원하고 있지만 북핵의 걸림돌 때문에 한발도 앞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핵 무장론도 심심찮게 거론되지만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용인을 얻어야 하는 난제가 가로 놓여 있어 엄두를 낼 수 없는 처지다.

이처럼 분열과 갈등이 가시지 않고 있는 시점에 윤석열대통령과 여당대표 한동훈과의 갈등설은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검찰 선후배로 가장 가까운 처지다. 한동훈을 법무장관에 임명하고 여당대표로 선출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윤과 한은 이신동체(二身同體)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런데 고가의 핸드백을 최목사에게 선물 받은 김여사 때문에 대통령의 심사가 뒤틀린 듯싶다. 김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할 일을 대통령이 떠맡아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대리 사과를 한 것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민주당은 염치불고하고 이 문제를 물고 늘어져 대통령 탄핵까지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김여사의 사과로 쉽게 풀릴 사항을 꾸물대다가 커졌다. 윤과 한은 지금 서로 말도 섞지 않는 서먹서먹한 관계로 보인다.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다. 태평양처럼 넓은 가슴으로 만인을 품어줘야 하는 사람이다. 속으로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더라도 이를 삭혀야 하는 것이 리더다. 아랫 사람 한동훈을 힘껏 껴안아 예전과 같은 우정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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