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22주년

2025-02-17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2분. 중앙로역에 진입하고 있던 대구 도시철도 1호선 1079열차 1호차의 끄트머리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승객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려 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본 맞은편 승객이 나무랐음에도 김대한(당시 56세, 2004년 수감 중 사망)은 플라스틱 통에 든 휘발유에 불을 붙였다.

역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며 국민은 경악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95년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참상을 가까스로 잊어가고 있을 무렵 또 한 번의 대형 인재(人災)가 벌어진 것이다. 192명 사망, 151명 부상으로 이어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철도 인명 사고로 기록됐다.

대형 참사의 원인은 단 하나로 요약되기 어렵다. 범인은 2001년부터 뇌졸중을 앓고 무직 상태가 된 후 생활고에 시달리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정신 질환자의 치료와 관리 체계가 부실했기에 병원에서도 공격적 성향을 연거푸 드러냈던 그가 휘발유를 구입해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의자를 비롯한 지하철의 내장재가 가연성인 것도 참사의 원인 중 하나였다.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거나 매뉴얼 자체가 부실했다.

오늘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2주년이다. 현 중앙로역사엔 기억 공간이 마련돼 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엔 당시 화재를 당한 전동차(사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야와 좌우를 넘어 국민 안전 앞에 하나가 되는 나라를 이루었던가. 애석하지만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 대형 참사를 빌미로 국민을 쪼개고 나누는 ‘정치 참사’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소 잃고 후회하는 대신 미리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쳐 놓는 안전 선진국을 이루어야겠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