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후위기를 만들고, 바로 그 몸이 위기의 기후를 앓는다! 존재론적 인류학, 신유물론, 동아시아 사유의 관점에서 인류학자가 ‘불편하게 하기’의 방식으로 말하는 인류세의 기후위기
존재론적 전환과 동아시아 사유의 연결을 통해 기후위기를 바라본 최초의 책이다. 『몸이 기후다』는 기후위기를 야기한 분리분절의 생각(인간-자연 이원론 같은)이 우리의 일상적 말과 행동에 관철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 보인다. 자연, 환경, 기후, 탄소, 기온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과, 그에 연결된 실천들에 이미 들어와 있는 기후위기의 문제를 말한다. 이 책은 멀리 가지 않고 동아시아 그리고 한국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인류학의 시선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보며, 기후를 대하는 우리의 생각의 방식, 몸과 기후의 관계,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한다.
장기간 몸과 의료에 대한 현장연구를 진행해온 인류학자인 김태우 경희대학교 교수는 존재론적 인류학과 연결하여, 기후위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몸에서 찾는다.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행위자이면서 그 기후위기가 몸의 위기로 드러나는 바로 그 몸에서 희망을 찾는다.
“기후위기는 말의 문제다” 말의 기저에 놓여 있는 생각의 틀의 문제다
기후 문제의 아이러니는 하나둘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가속화되는데, 그에 대한 응대는 너무 느리다.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기후 문제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 한국 사회에서 기후문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는데, 기후위기라는 용어는 벌써 식상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몸이 기후다』의 저자인 인류학자 김태우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교수는 말의 문제에서 시작해보자고 말한다.
친환경 제품, 친환경 건물, 친환경 에너지…. 친환경을 일상적으로 말하고 실천하지만 ‘환경’이라는 말에 내재한 생각의 방식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친환경은 계속해서 인간과 환경의 거리두기의 지속일 수밖에 없다. ‘둘러싼 경계’라는 ‘환경’의 의미에서부터 환경은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각한 환경문제에도 여전히 ‘환경’은 주변화되어 있다. “환경”이라는 말에 관철되어 있는 분리의 틀은 단지 말로 머물지 않고, 행동을 추동하고 그리하여 그 분리를 실재로 만든다. ‘자연보호’에도 자연과 인간 사이 경계선은 분명하다. 저자는 존재론적 인류학과 신유물론의 논의들이 강조하는 말의 물질성을, 기후 관련 언어들과 연결시키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에 내재한 기후위기의 기반을 드러내 보이고, 그에 대한 흔들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번역어인 환경, 자연이 서구로부터 유입되어 개항기 동아시아에서 자리 잡은 시기부터, 그 말들이 도시, 위생 등 분리의 틀을 가진 여타의 번역어들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분리를 실제화하는 역사의 장면에 주목한다. 분리의 경험으로 당도하는 동아시아의 근대를 짚으면서, 거기서부터 인류세의 기후위기를 논의하자고 제안한다.
“인류세는 쓰레기의 시대” 탄소, 핵폐기물, 플라스틱… 자연의 분해·흡수 순환고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증명하는 시대
난해해 보이지만, 인류세는 어렵게 이해될 필요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세의 본질은 그것이 쓰레기의 시대라는 것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쓰레기가, 대기에 이산화탄소로, 지표에 핵폐기물로, 바다에 부유하는 플라스틱으로 분해·흡수되지 못하는 시대가 바로 인류세이다. 지구의 역사에 1.5도 상승이라는 기록을 쓰레기로 기입하고 있는 시대가 인류세인 것이다.
지구의 기온을 들어 올릴 정도의 엄청난 쓰레기는 인간의 ‘쓰고버림주의’가 만들었다. 그리고 쓰고버림주의는 대다수의 인류에게 버릴 결심을 하게 하는 근현대문명과 그 문명의 전 지구화가 만들었다. 저자는 그리하여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다’가 아니라, ‘당신이 배출하는 것이 당신이다’를 내세운다. 인간화된 ‘먹기’가 아니라, 인간 바깥 존재들과의 연루를 직시할 수 있는 ‘배출’을 통해 인류세에서 우리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자인 김태우 경희대학교 교수는 몸과 의료에 관한 장기간의 현지 조사를 통해 몸을 규정하는 시선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며, 우리는 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는 것을 논의해왔다. 김태우 교수는 이 책에서 몸기후, 기후몸에 대한 논의를 통해 지구사와 인류사가 일상적으로 얽혀 있음을, 기후재난의 시대에 이 얽힘이 더 깊이 휘말리고 있음을 강조한다. 지금의 기후위기를 존재론적 인류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기후를 대하는 우리 생각의 방식의 문제를 조명하고 그 너머를 모색한다.
“기후위기는 몸의 위기” 몸이 배출하는 엄청난 온실가스가 만든 기후위기가 다시 몸을 위기로 내모는 지금의 상황에서, 분리의 체계를 넘어서기 위한 연결의 실마리로서 바로 그 몸에 주목하다
저자는 분리분절의 체계를 넘어서기 위한 관계의 장으로 몸과 기후의 연결성에 주목한다. 먹고, 입고, 이동하고, 기거하며, 몸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기후위기를 만든다. 기후위기는 다시 건강의 위기, 실존적 위기를 직면하게 한다. 이 몸-기후-몸의 연결에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성을 재고할 수 있고, 바로 그 연결의 장에서 다시 다른 관계를 모색하는 작업은 기후위기 너머를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음을 논의한다.
저자는 존재론적 인류학, 신유물론, 동아시아 사유를 오가며 기후위기를 야기한 생각의 방식을 넘어설 수 있는 탈기후위기 시대의 사유를 모색한다. 인트라-액션, 상응, 복수의 자연, 인류탄소, 사회기온상승 등, 전에 없던 말들을 제시하며 그 말들의 기저에 있는 생각의 틀과 기존의 언어들에 내재한 생각의 방식을 대면시키면서, 새로운 말과 사유, 그와 연결된 기후행동들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지은이 김태우는 인류학자이며, 정치문화철학과 의료의 상호관계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의료에 내재한 사유방식에 대한 관심은, 최근 존재론적 인류학과 만나면서 다시 기후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저서로는 『의료, 아시아의 근대성을 읽는 창』(공저), 『아프면 보이는 것들: 한국 사회의 아픔에 관한 인류학 보고서』(공저), 『한의원의 인류학: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불순의 철학: 얽힘-교차와 상관작용의 동아시아 존재론」, 치유로서의 인간-식물 관계: 존재론적 인류학으로 다시 읽는 동아시아 본초론」, “Cultivating Medical Intentionality: The Phenomenology of Diagnostic Virtuosity in East Asian Medicine,” “Experiences, Expressions, and Boundary-Crossings: East Asian Tactile Diagnostics in South Korea”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기후-몸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한의과대학에서 인문사회의학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