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를 규모화·산업화한다는 정부 구상과 달리 현실에선 소농과 취미농 등으로 농정 역량이 분산되는 실정이다. 농정 대상을 판가름하는 경영체 등록기준이 낮아 발생하는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록기준을 현재보다 3배 정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목소리는 11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래농업을 위한 경영체 혁신 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는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주최·주관했다.
참석자들은 낮은 경영체 등록 문턱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는 경작면적이 1000㎡(303평) 이상이거나 직접 생산한 농산물의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이면 경영체에 등록할 수 있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체 등록 때 각종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비농업적 목적의 등록이나 기존 경영체의 분리·분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100만농가가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경영체수는 지난해 184만개(농업법인 제외)로 2019년 170만개 대비 8.2% 늘었다. 공익직불금 수령 등을 위해 세대를 분리해 경영체를 등록한 농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 교수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같은 사례가 2019∼2022년 매해 1500건 발생했다.
이런 현실은 한정된 농업자원이 미래농업을 이끌 농가에 집중되지 못하고 소농 등으로 흩어지면서 우리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었다.
문 교수는 그 대안으로 현재 경영체 기준을 3배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경작면적(논 기준)은 3000㎡(908평)로, 판매액 기준은 360만원으로 높이는 식이다. 일본의 농업경영체 면적 기준이 3000㎡인 점, 지난해 농어업위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35.9%가 경영체 최소 면적 요건으로 ‘1000평(3300㎡) 이상’을 답한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경영체를 ‘기초’ ‘일반’ ‘전문’으로 나눠서 ‘기초’의 기준은 그대로 두고 ‘일반’ 이상에 새 기준을 적용하자는 게 문 교수의 제안이다. 높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농가는 기초경영체로 두되, 일정 기간 이후부터는 기초경영체로 신규 등록을 받지 말자는 것이다.
토론자들은 대안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기준 3배 상향’엔 이견을 보였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3000㎡ 미만 농가들이 정책 대상에서 빠지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소농직불금 기준인 5000㎡(1513평) 이상을 전문농으로 정의해 이들에게 차별화된 정책을 지원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임소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00㎡ 미만 농가들이 정책 대상에서 빠진다는 건 농약 안전 사용 등에 대해서 국가가 관리할 근거도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경영체를 기초·일반·전문 등의 이름으로 구분할 경우 계급처럼 인식되고 자칫 농·농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