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오남용 부작용 심각… 적절한 용량·기간 사용 핵심” [부모 백과사전]

2025-03-09

“감기 바이러스 같은 상기도 감염에는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6개월 이하 소아의 경우 상기도 감염 후 급성 중이염이 뇌수막염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만큼 사용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폐렴이라도 꼭 항생제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에 맞게 선택해 적절한 용량과 적절한 기간을 쓰는 것이 항생제 사용의 핵심입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대한소아감염학회 연수강좌에서 만난 이진아 대한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소아감염과 교수)는 항생제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을 소개했다.

항생제 오남용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가장 큰 문제는 내성. 세균이 항생제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게 되면서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어렵게 된다.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VRE(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 등의 다제내성균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랜싯(Lancet)에 발표된 한 연구는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으로 전 세계에서 39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교수는 “최악의 항생제 사용은 부적절한 항생제를 오랜 기간 쓰는 것”이라며 “한 가지 항생제를 소량이라도 오래 사용할 경우 내성은 해당 항생제뿐 아니라 다양한 항생제에 대한 내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장기 사용 시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져 설사, 복통, 소화불량, 장염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CDI(클로스트리듐 감염) 같은 심각한 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장내 부적절한 세균으로 감염이 생기면서 배가 빵빵해지고, 심한 경우 배가 터질 정도로 부풀어 오르는 CDI의 위험요인이 항생제 사용”이라며 “항생제를 사용한 후에는 한동안 항생제를 쓰지 않고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균 치료를 위해 쓰인 항생제가 또 다른 감염을 불러와 입원 기간은 길어지고, 사망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해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ASP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제한됐지만, 향후 1, 2차 병원으로도 올바른 항생제 사용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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