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초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지휘자 정명훈(72)이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2027년 취임)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한 달 전 일 때문에 갔던 밀라노에서 가이드로부터 라 스칼라 극장이 파리 오페라 극장, 빈 국립 오페라 극장과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평상시 이런 세계적인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밀라노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에서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베르디의 ‘나부코’(1842년)와 ‘오텔로’(1887년), 푸치니의 ‘나비 부인’(1904년) 등이 초연(初演)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운 마음에 건물 곳곳을 둘러봤던 기억도 떠올랐다.

밀라노를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정 지휘자의 소식도 잠시 눈길을 주다 거두어들였을 건데 이런 개인적인 경험 덕에 관련 뉴스들을 찾아보면서 정 지휘자가 라 스칼라 극장의 247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음악감독이 된다는 점이 각별하게 다가왔다.
음악과 미술은 문외한에 가깝지만,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이런 문화 예술에 대한 향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적인 음악가의 공연이나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려고 해도 표를 구하기 쉽지 않거나 교통비와 숙박비 등 부대비용이 부담돼 여러 번 포기했던 기억도 난다. 그때마다 지역에서도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일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 2027년에는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잇따라 개관할 예정이어서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 특히 두 기관의 운영을 맡은 ‘클래식 부산’의 예술 감독이 바로 정명훈 지휘자여서 이런 기대를 더 키우고 있다. 부산콘서트홀에서 마련한 개관 전 시범공연, 개관 기념 페스티벌(21~28일), 오르간 시리즈(7월 12~11월 28일) 등이 예매 시작 몇 분 내에 모든 좌석의 예약이 완료된 것은 이런 기대감의 방증이 아닐까.
특히 부산시는 이와 함께 세계적 미술관인 프랑스 ‘퐁피두 부산분관’ 설립(2031년 목표)도 추진하고 있어 이것이 현실화되면 부산에서도 세계적인 음악 공연과 미술품 전시를 손쉽게 접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던 방탄소년단(BTS)이 한 시상식장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긴 글을 인용해 인사말을 대신했다고 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훌륭한 시설이 생기고 좋은 공연과 작품을 감상할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