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미혼모 소재로 독립영화가 혐오 만연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D:영화 뷰]

2024-11-04

오늘날 독립영화는 주류 상업영화에서 다루기 힘든 사회적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편견과 혐오의 구조를 직시하고 이 고리를 끊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독립영화 '럭키, 아파트', '공작새', '최소한의 선의'는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10대 미혼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드러내고 있는 민낯과 상처를 담아내며 연대와 이해의 필요성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럭키, 아파트'는 영끌로 마련한 아파트에 진동하는 악취 때문에 붕괴 직전에 내몰린 성소수자 커플 선우(손수현 분)와 희서(박가영 분)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깊숙이 스며 있는 여성-노인-소수자 등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사려 깊게 파고들었다.

장편 다큐멘터리 '이태원'(2019), '우리는 매일매일'(2021) 등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공간과 사회를 해석하는 작품들을 통해 입지를 다져온 강유가람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로 여성-노인-소수자 등 지금 동시대 한국의 가장 첨예하고 다층적인 혐오와 차별 문제를 아파트라는 공간으로 풀어낸 예리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주목받았고 강유가람 감독만의 예리한 주제의식과 통찰력이 배우 손수현과 박가영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만나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럭키, 아파트'는 현재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이 마주하는 혐오와 차별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좌절과 냉소에 빠지지 않는다. 강유가람 감독은 "관객들이 엔딩 장면에서 애도하고 연대하는 마음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힌 만큼 보이지 않아도 어디에나 있는 소수자들의 존재를 재조명하며 그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공작새'는 군 입대를 앞두고 목돈을 모아 성전환수술을 받으려는 왁킹댄서 신명(해준 분)이 트랜스젠더를 반대하는 아버지 덕길(기주봉 분)과 연을 끊고 살았지만 추모굿을 올리면 유산을 주겠다는 아버지의 유언으로, 이를 실행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향 이웃들의 시선 속에서 신명은 멈추지 않고 추모굿을 완성하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과 함께 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왓챠상을 수상하고,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총 29개국 62개 영화제에서 수상 및 초청받은 화제작이다.

'공작새'의 전통 농악과 현대 왁킹, 그리고 EDM까지 다채로운 문화적 요소들을 절묘하게 섞은 다양한 장르 음악은 주인공 신명을 중심으로 화합을 중요시하는 요소다. 여기에 사회의 다양성과 조화까지 확장돼 읽힌다. 신명에게 이웃 주민들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아버지는 신명 때문에 죽은 것이다"라는 폭언을 쏟아지는데, 트랜스젠더와 가족 간의 갈등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산물임을 시사한다.

변성빈 감독은 "장벽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자체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 자신이 나답게 살아가는 여정을 걸어가고, 또 우리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개했다.

'럭키, 아파트'와 '공작새'가 성 소수자에게 시선을 뒀다면 '최소한의 선의'는 10대 미혼모 유미(최수인 분)와 아기를 갖지 못하는 기혼 여성 교사 희연(장윤주 분) 이야기와 관계를 통해 비난과 차별 받는 현실을 지적한다. 청소년 미혼모는 사회적 편견과 복지 시스템의 부족함 속에서 외로이 싸워가야 하는데, 이는 곧 청소년 미혼모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복지적 한계를 직면하게 만든다.

10대 미혼모와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 교사의 관계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서로의 상처와 편견을 이해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우리가 간과하는 복지의 빈틈을 보여주며, 청소년 미혼모와 기혼 여성이라는 상반된 정체성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음을 그린다.

이 세 편의 독립영화는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미혼모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다양한 취약지대를 조명한다. 이 영화들이 던지는 공통된 메시지는 바로 연대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편견을 뛰어넘는 연대가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사회로부터 배제된 영역에 빛을 비추며 사회적 소수자와의 진정한 연대란 무엇인지, 그 연대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의무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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