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지원기금 건전성 ‘빨간불’···“안정적 기반 마련해야”

2025-08-15

독립유공자에 대한 실질적 예우를 뒷받침할 재정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립유공자 유족의 평균 연령이 80세에 달하는 만큼 의료·생활 지원 확대 등 제도적 개선도 병행돼야 독립유공자 예우가 ‘형식’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5일 발표한 ‘독립유공자 예우 강화를 위한 재정 및 제도의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독립유공자 등에 대한 지원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조성된 순국선열·애국지사 사업기금(순애 기금)의 재정 건전성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순애 기금의 주요 수입원인 친일재산 매각 실적이 부진해 일반회계 전입금을 통해 독립유공자 손자녀 생활지원금 등이 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순애 기금에서 집행된 손자녀 생활지원금은 948억6500만원에 달했지만 토지 등 친일재산 매각대금은 17억9500만원에 그쳤다. 이 때문에 부족한 자금 대부분을 일반회계에서 충당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올해 기금존치 평가보고서에서 “경상지출 대비 자체 수입 비중이 9.6%로 미흡하다”며 “친일귀속재산 매각 활성화 등을 통한 기금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간 국회는 친일재산을 적극적으로 발굴·매각해 순애 기금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의를 꾸준히 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23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일반회계에서 수행하는 것이 적정한 사업은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순애 기금 중 일부 사업은 일반회계 사업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다. 정무위는 “친일재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매각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자체 수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3일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친일파 재산 1500억원이 아직 환수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듣고 “별도로 챙겨보라”고 지시했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내일모레가 광복절인데, 친일파 재산 1500억원이 여전히 환수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지난 정권이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발굴·포상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정부가 예우 대상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독립유공자 신규 포상자 수는 500명을 초과했지만, 최근 2년간 신규 포상자 수는 300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발굴한 독립유공자 수도 257명으로, 600명 수준이었던 2019∼2022년을 크게 밑돌았다.

예정처는 “고령화와 같이 독립 유공자 등이 직면할 수 있는 어려움을 고려해 예우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속해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독립유공자 유족의 평균 연령이 79세로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양로 등 복지 혜택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엔 독립유공자 유족이 공공의료기관에서도 의료비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독립유공자법 개정안과 독립유공자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의료비 감면율(60%)을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각각 계류 중이다.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산정 시 보훈 급여금이 포함돼 보훈대상자가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과정에서도 소득인정액에 보훈 급여금이 반영돼 이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양성민 예정처 정책총괄담당관실 분석관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실질적 예우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기반 마련과 동시에 적극적인 독립유공자 발굴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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