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 답사] <울산지역사답사회 공동기획> 통도사 암자 순례-백운암(2)

2025-07-04

“용왕님 샘물이 마르지 않게 해주세요.” 용왕각

사찰에서 용왕탱을 봉안하거나 용왕각을 둔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 용왕은 물을 다루는 존재이기 때문에 강이나 바다 주변의 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깊은 산 중에 용왕각을 둔 백운암은 이러한 상식을 뛰어넘는다. 백운암 ‘용왕각(龍王閣)’은 약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약수가 끊이지 않기를 비는 마음의 표현이다. 또 화재가 발생하지 않길 비는 마음도 있다. 여의주를 가진 절대적 존재인 용왕은 분명 큰 의지처가 될 것이다.

용왕각 유리문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용왕각(세계 最高 용왕각)”이라 쓰여 있다. 안에는 용왕이 물을 가득 채운 단 위에 앉아 있다. 용왕 전에 올리는 공양도 물을 채운 단에 마련해 놓았다. 세 마리의 용이 호위하고 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입에서 물을 토해 수중세계를 연출한다. 용왕의 왼손에는 여의주가 들려있다.

이처럼 깊은 산 중에 용왕각을 둔 까닭은 물이 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가물 때는 극락암에서 물을 길어 나르기도 했다고 한다. 백운암 약수는 ‘금샘’과 ‘은샘’이라고 하는데 백운암 신도들 사이에서는 ‘산신 할배샘’ ‘산신 할매샘’이라고 따로 부른다고 한다. 용왕의 힘을 빌어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앞면 세 칸의 큰 집과 화려한 팔작지붕에 용왕을 모셨다. 물이 부족한 깊은 산중에서 얼마나 간절히 물을 원했는지 전각에서도 느낄 수 있다.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에 하늘색 대형 수조가 보이는데 2009년 7월 설치했다고 한다. 물을 모아둘 수 있어 지금은 갈수에 충분히 대비돼 있는 셈이다.

참고로 2009년 당시 함께 건립한 건물로는 공양실, 숙소, 수조, 화장실 등인데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삼성전력항공 정경환 사장, 석공 남기용 씨, 목공 이삼술 씨 등과 신도들이 불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특히 이 세 분은 무보시로 불사에 동참했다고 하니 백운암을 찾으면 이들의 고마움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백운암 포대보살이 내어주는 간식을 먹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커피와 컵라면 사탕 등의 간식이 일행을 반긴다.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오느라 얼마나 피곤하고 출출하냐며 포대보살이 내어주는 간식이라 여겨진다. 간식 있는 쉼터 정자에는 주련이 걸려 있다. 진실된 마음으로 이룬 성공이 가치 있으며 방하착(放下着)하며 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닿는다.

일주문을 지나면 포대보살이 인자한 웃음으로 일행을 맞아 준다. 산신각으로 오르는 계단 길옆에도 포대보살이 있다.

포대 보살의 본명은 ‘계차(契此)스님’이다. 이분의 코나 배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절에는 늘 먹을 것이 있다. 초파일과 49재 등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과일이나 떡을 포대에 담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늘 환하게 웃는 인상이어서 보는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와 꿈을 주는 부처님으로 통한다. 백운암 나한전에 있는 500나한들도 모두 복스럽고 환한 인상인데 포대화상의 모습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옛날 금복주 소주의 로고에도 사용됐다.

백운암 주법당의 현판은 ‘백운암’이다

주법당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케른’(Kern, 서양에서 이정표, 악귀 쫓음, 기념물, 무덤 등의 의미를 지님)이다. 마당 한 켠 울타리에 붙여 쌓았는데 어디서 저런 동글 납작한 돌을 가져와서 쌓았을까 생각하면 재미있고 특이하고 희귀하다.

큰 법당은 앞면 5칸, 옆면 2칸으로 매우 큰 편에 속한다. 정칸(가운데 칸)과 좌우협칸은 ‘문’으로 되어 있고 중앙 좌우의 마지막 칸(퇴칸)은 ‘창’으로 되어 있어 일견 인법당(人法堂)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법당의 바닥은 다다미를 깔았다.

2익공의 주심포 양식 그리고 긋기단청과 모로단청으로 단출한 멋이 느껴진다.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은 중앙에 장대석이 하나 놓여있다. 문살은 띠살문으로 소박하며 벽화는 없다.

큰 법당인 백운암의 주련(柱聯)을 읽어보자

주련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나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백운암 주련은 예외적으로 왼쪽에서부터 읽어야 한다.

一葉紅蓮在海中(일엽홍련재해중) 한 잎의 붉은 연꽃이 바다 한가운데에 있고

掌上明珠一顆寒(장상명주일과한) 손바닥 위에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 있어

幾回提起親分付(기회제기친분부) 몇 번이고 들어 보이며 친히 알려주고

碧波深處現神通(벽파심처현신통) 푸른 파도 깊은 데서 신통을 보이네

어리석은 범부 중생인 우리는 욕망의 갈애(渴愛)를 채우려 한다. 그러지 말라고 부처님(또는 천수관음보살)이 맑은 구슬을 내보이며 그토록 일러 주어도 깨닫지 못한다. 말하자면 진정한 행복은 현실적 욕망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한전’ 현판은 ‘태봉대종사’의 한글 필체다

백운암은 대법당 등 여러 전각과 요사들이 복잡하게 배치돼 있다. 전각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다. 깊은 산 중에 좁은 절터 탓일 것이다.

나한전은 앞면 세 칸, 옆면 한 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계단은 중앙에만 설치돼 있다. 현판은 역시 한글로 우종서 방식을 채택했다. 앞면 중앙칸(정칸)은 5척가량(150cm)이고 중앙좌우칸(퇴칸)은 3척(90cm)으로 기둥 간격이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 앞면 세 칸짜리 집을 짓되 경제적 여건과 협소한 장소 제약 때문에 그리 됐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까지 목재를 운반하려면 헬리콥터를 이용해야 하고 또 깊은 산 중에서 넓은 터를 마련하기에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은 한옥 창살의 가장 기본형인 띠살문으로 소박하다.

나한전의 주련을 보자

萬里白雲靑峰裡(만리백운청장리) 만 리에 걸친 흰 구름과 푸른 산봉우리 속에

松巖隱跡經千劫(송암은적경천겁) 소나무와 바위 사이에 자취를 숨기고 천 겁을 지냈다

生界潛形入四維(생계잠형입사유) 중생계에 형상을 숨기고 사방으로 들어와

雲車鶴駕任閒情(운거학가임한정) 학이 끄는 구름 수레 타고 한가로이 지내시네

나한전 한글 편액과 나한들의 이름 그리고 일주문 편액은 모두 태봉 스님의 필체다. 2009년 나한전이 세워질 때 암주가 태봉 스님이었다. 나한전에는 500분의 나한이 나무로 조각돼 있다. 가장 가운데 계신 분이 ‘수행제일 가섭존자’다.

나한전도 백운암 주 법당과 마찬가지로 ‘다다미’를 깔아 놓았다. 방의 크기는 다다미(90× 180cm) 넉 장 정도다.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다다미’는 공기정화도 한다

참고로 다다미에 대해 공부해 보자. 일본에서 방의 크기는 다다미 개수로 한다. 다다미는 부드럽고 청결하고 시원하며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도 있다. 또 방의 공기를 정화시킨다고 한다. 접시를 떨어뜨려도 잘 깨지지 않는다. 다다미는 볏짚을 압축해서 넓게 짜고 겉면을 등심초(골풀과 다년생 초본)로 씌워 만든다. 그리고는 무명이나 비단 또는 나일론 제품으로 가장자리를 꿰매어 붙인다.

다다미는 굉장히 두껍다. 6cm 정도이고 한 장의 무게는 30kg까지 나간다. 방 넓이를 표시할 때 다다미 개수로 나타낸다. 가장 일반적인 넓이는 4조반, 6조, 8조, 10조 등이다. 일본 부동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기본은 1조(畳)가 약 1.6평이라서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

다다미를 깔 때 규칙이 있다. 출입문을 기준으로 해서 옆으로 깔아야 한다. 왜냐하면 다다미 결과 걷는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에 결이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 김상범 울산지역사답사회 부회장

사진: 변상복 울산지역사답사회 회장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