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 개발급 업적" 호들갑... 오픈AI 올트먼은 왜 허풍쟁이가 됐나 [위클리 디지털포스트]

2025-08-12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기대에 편승하는 CEO들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여러분은 새로 출시된 챗GPT 모델, 써보셨나요?

챗GPT-5를 발표하면서 오픈AI 샘 올트먼 CEO가 "AGI(인공일반지능)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저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사이트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챗GPT-5에 던져 봤습니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모델은 뭐야', '챗GPT-5 모델과 기존 모델이 기술적으로 다른 점은 뭐야' 대략 이런 질문들입니다.

알게 된 사실은, 챗GPT-5가 몇 가지 이전의 기존 모델들을 포함하고, 이 중 적절한 것을 자동으로 선택해 답변해주는 혼합 모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복잡한 질문에는 크고 복잡한 모델로, 단순한 질문에는 작고 빠른 모델로 답변하는 식이죠. 노트북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분들께는, 엔비디아의 내장·외장그래픽 전환 기술(옵티머스)과 비슷하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사용해 본 챗GPT-5에선 올트먼이 말했던 'AGI에 대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던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찾아보니 올트먼은 '핵폭탄을 만든 기분'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챗GPT-5 출시를 앞두고 잔뜩 사람들의 관심에 잔뜩 불을 지피는 행동을 했는데...

오픈AI의 수장인 올트먼은 왜 이렇게 '챗GPT-5 띄우기'에 애썼을까요?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GPT-5를 두고 꺼낸 말들은 다양합니다. “주머니 속 박사급 전문가 팀”이라는 비유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인용한 바 있는데다가, “우리가 뭘 만든 건지 모르겠다. 맨해튼 프로젝트(핵폭탄 프로젝트) 같다”는 자극적인 문구도 나왔죠. 특히 뒤쪽은 아인슈타인이나 오펜하이머, 파인만과 같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핵폭탄을 만들어내며 느꼈을 흥분과 동요, 그리고 책임감을 우리도 느꼈다, 는 식의 은유입니다.

게다가 출시 전후로는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에 등장하는 행성파괴 무기 ‘데스스타’ 이미지를 올려 ‘세상이 달라질’ 무언가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공개 석상에서는 “GPT-5가 AGI(일반인공지능)에 가까워졌다”는 취지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올트먼의 ‘호들갑스러운’ 언행만 떼어 보면, GPT-5는 이미 사람의 능력을 한참 뛰어넘은 존재가 된 듯 보였습니다.

물론 GPT-5는 한층 발전된 인공지능이며, 숫자가 그걸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코딩 벤치마크와 과학·수학 추론 시험에서 전세대 대비 큰 폭의 향상을 보였고, 환각 발생률은 절반 가까이 낮아졌습니다. 도구 호출과 긴 문맥 처리도 정교해졌고, API 가격은 경쟁작과 비교해 공격적으로 내려갔습니다. 개발 현장에선 “한 줄 프롬프트로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사례도 주말 사이 여럿 올라왔죠. 전문가에 가까운 사람들일 수록 성능·효율을 높게 평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중적인 경험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출시 직후 오픈AI에게 가장 빗발친 문의는 ‘이전 모델을 돌려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GPT-4o가 감정적으로 친근하고 일관된 답변을 하는 반면, GPT-5는 말투가 일관되지 않고 뒤바뀌거나 대화의 감정적인 맥락을 이어가는 능력이 낮다는 불평이 많았죠. AI를 친구처럼 대하는 사람들에겐 명백히 ‘체감 성능’이 이전 모델보다 뒤떨어졌던 겁니다.

또 GPT-5는 질문을 받고 질문에 가장 적절한 모델로 재배치해 답변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출시 첫날 이 재배치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올트먼은 인정했습니다. 그 탓에 GPT-5는 종종 엉뚱한 답을 내놓거나, 한국어와 영어를 뒤섞고, 불필요하게 사용자에게 역질문을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도 ‘겉만 번듯한 문구’와 현실의 간극이 더 잘 보이게 됐으니, 사회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줬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쯤에서 올트먼의 수사를 다시 들여다보면, 상징과 과장은 하나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핵폭탄’과 ‘데스스타’ 같은 이미지는, AI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설명하기보다는, 사람들의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편견·호기심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AGI에 가까워졌다”는 메시지로 사람들의 이목을 모은 뒤에, 다른 자리에서는 “AGI라는 용어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발언의 무게를 낮추는 모습도 보이죠.

자극적인 발언으로 기대를 끌어올리고, 논쟁을 촉발해 이목을 모은 뒤, 발언의 의미를 축소·재정의하면서 책임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우리 정치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다만 AI 시대를 여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던, 핵심 기업의 수장이 보인 모습이 이렇다는 점에선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물론 GPT-5의 기술적 성과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전작 대비 분명 더 강하고, 더 싸고, 특정 업무에서는 더 유용합니다.

다만 올트먼을 비롯한 ‘AI 수장’들의 발언을 참고하되, 맹신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1960년대 미국인들은, 소련이 쌓아올린 우주기술을 통해 거대한 위성 병기를 만들어 미국을 위협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과학이 발전하면서 AI가 인류를 지배하는 ‘스카이넷’이 올 거라느니, SF영화에서만 보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질 거라느니 하는, 막연한 두려움·공포·기대감은 늘 사람들과 함께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현실화되고, 일부는 추후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밝혀집니다. 그리고 어떤 '똑똑한' 사람들은 그 두려움·기대감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AI 분야로 다시 시선을 돌리면,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가 요즘 사람을 뛰어넘는 ASI(초지능)를 개발하기 위한 초지능연구소에 거물급 인사를 연이어 영입하면서 이슈몰이를 하고 있죠. 연구소에 몰린 사람들의 이름값이 하도 쟁쟁해 저도 ‘혹시?’라는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닙니다.

메타가 다소 의도적인 이슈몰이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인재를 끌어모아서 성과를 낸다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오래된 이야기긴 합니다만,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를 지을 때,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지폐 한 장으로 영국 은행으로부터 차관을 끌어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앞서 철갑선을 만들었다”라며, 조선소도 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 수주 계약을 따올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겁니다.

당시 조선소는 삽도 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500년 전 기술을 들먹이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한 셈이었으니 그야말로 기막힌 허풍이죠. ‘조선소가 없지만, 배를 계약해 올 테니 그걸로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들어 판 뒤, 돈을 갚겠다.’는 이야기는 지금 돌이켜봐도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비칩니다. 다만 올트먼의 허풍과 다른 점은, 결국에는 증명해 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조선업 분야에서 지금도 세계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죠.

이처럼 기업가들의 허풍이나 이슈몰이를 꼭 아니꼽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조금만 AI와 관련이 있어도 'AI' 기능을 부풀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비판하기만은 어렵고요. 왜냐하면 작년 말부터 스타트업 업계의 전체 투자액이 줄어들고 있고, 미국에선 올해 상반기 전체 투자의 64%가 AI가 몰렸거든요. 살아남기 위해 AI로 이슈몰이를 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그렇게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을 마냥 비난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트먼의 '허풍'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고요. 지난 1분기에는 소프트뱅크가 오픈AI에 최대 4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이건 전체 투자액 통계에 영향을 줄 정도로 '빅딜'이었거든요.

다만 오픈AI 올트먼, 메타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테슬라 일론 머스크와 같은 'AI 수장'들의 발언을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업가들의 발언에는 항상 ‘기업가적’ 의도가 있거든요.

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