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발매와 공연 등 순수 음악 활동 만으로 10억 달러 이상 모은 최초의 억만장자 뮤지션. 미국 그래미 어워드의 올해 앨범상을 역대 최다인 4회 수상한 아티스트. 데뷔 이후 발표한 노래 가운데 264곡을 빌보드 차트에 올리고 그 중 10위권 59곡과 1위 12곡을 달성한 팝스타.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여러가지다. 20년 음악 활동을 돌아보는 월드투어 공연 ‘디 에라스 투어’로 공연 지역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이른바 ‘스위프트노믹스’ 현상을 일으킨 퍼포머, SNS 게시물 하나로 선거 정치의 판도를 뒤흔드는 활동가 등도 그 중 하나다.
신간 ‘제국의 설계자’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화적 성공을 기업 비즈니스 측면에서 분석한 경영서다. 20년간 조명 프로그래머로 팝스타들의 투어에 참여했던 행동 설계 컨설턴트이자 브랜딩 디렉터인 저자가 브랜드 정체성, 타깃, 스토리텔링, 팬덤 인게이지먼트, 지식재산권, 재창조의 연속, 팀 스위프트, 투어비즈니스 등 15가지 키워드로 스위프트의 기업가적 성공 전략을 분석했다.
저자는 대중가수로서 자기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화하고 성공할 수 있고, 창작과 경영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스위프트의 활동을 평가한다. 저자는 “스위프트의 사례에서 우리는 ‘창작과 경영이 합쳐진 일체형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스위프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이라는 시골 출신이다. 재능을 알아본 부모의 적극적 지원으로 11살 때 미국 컨트리 음악의 성지 내슈빌로 이사했고 17살에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방송국이나 음반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스위프트는 “여성 가수들은 남성보다 20번 이상 더 변화해야 해요. 어쩔 수 없어요. 아니면 잊히거든요. 끊임없이 재창조해야 하고 반짝임을 유지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덕분에 현대 음악산업 구조와 핵심을 알게 됐고 이를 위해 팬덤 이코노미를 일찌감치 구축할 수 있었다.
그의 팬덤은 자신의 이름을 딴 ‘스위프티’다. 스위프트는 “미래의 아티스트는 팬이 있기 때문에 음반 계약을 맺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2005년 첫 음반사 회의에 참석했을 때 SNS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자는 스위프트의 팬들과 개인적 유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 전략,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솔직함과 주도성을 토대로 이뤄낸 성공스토리를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물론 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상품이자 작품으로 표현하는 솔직한 스토리텔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책은 이 같은 스위프트의 성공 방정식을 기업의 비즈니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 불리는 시대에 우리는 어쩌면 인간의 유대, 커뮤니티, 그리고 공동의 내러티브라는 오랜 자원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위프트는 이러한 개념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공연장이나 스트리밍 플랫폼을 넘어서는 길을 개척했다. 그는 미래의 비즈니스가 단순한 거래가 아닌 기업과 고객이 함께 하는 공동의 여정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정리한다.
책에는 남성적인 이름 ‘테일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위프트는 한 인터뷰에서 “엄마는 명함에 ‘테일러’라고 쓰여 있으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멋지다고 생각했대요. 제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셨거든요”라고 말했다는 데 결과적으로 기대는 이뤄졌다.
책의 원제는 ‘테일러 스위프트로부터 배우는 비즈니스 레슨(Business Lessons from Taylor Swift)’다. 번역 출간 과정에서 다소 거창해졌다. 다만 스위프트의 개인 기획사 ‘13 매니지먼트’가 거대한 엔터 제국이 된 사실은 틀림이 없다. 1만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