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지키려다 킥보드 치인 엄마 '기억 상실'...업체에 첫 ‘방조 혐의’ 적용

2025-12-14

경찰이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해 30대 여성을 중태에 빠뜨린 사고와 관련 킥보드 대여 업체와 책임자를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킥보드 사고 관련 업체에 방조 혐의가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인 30대 여성은 의식은 회복했지만 현재 기억상실 상태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0월 18일 인천 연수구에선 무면허 중학생 2명이 몰던 전동 킥보드가 어린 딸을 향해 다가오자 30대 엄마가 대신 킥보드에 치여 중태에 빠진 사고가 일어났다. 딸은 무사했지만 엄마는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며 의식을 잃었다. 사고 엿새 만에 의식은 돌아왔지만 최근 기억상실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 11일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로 킥보드 대여 업체의 책임자 A씨와 해당 업체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킥보드 관련 사고에서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로 처벌된 업체는 없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를 추가 조사한 뒤 A씨와 킥보드를 운전한 중학생 2명을 함께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지난 10월 경찰청이 급증하는 전동 킥보드 사고 관련 업체에 무면허 방조 행위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첫 입건 사례다.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PM)인 전동킥보드는 16세 이상이면서 원동기 면허나 자동차 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가해 중학생 2명은 면허를 소지해야 했다. 경찰은 해당 업체가 면허 소지 여부 확인을 소홀히 했다고 보고 있다.

면허 확인절차 의무 없어

대부분 킥보드 대여 업체들이 운전면허 확인 절차를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킥보드 대여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보면 면허를 등록하는 안내 문구는 나오지만 ‘다음에 인증하기’ 등 버튼을 누르면 바로 탑승이 가능하다. 아예 면허 인증 안내가 없는 앱도 있다. 현행법상 킥보드 대여 사업자의 면허 확인 절차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면허 운전 방조 혐의가 재판에서 적용된다고 해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무면허 방조범은 즉결심판 청구 후 법원에서 2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치는 까닭이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방조 혐의를 적용하면 업계도 바뀔 수 있지만, 과태료·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법적으로 의무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면허 킥보드 사고가 이어지자 킥보드와 고라니를 합성한 ‘킥라니’라는 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PM에 대한 무면허 단속 건수는 2021년 7164건에서 지난해 3만5382건으로 3년간 약 5배 급증했다. 이 가운데 청소년의 무면허 킥보드 운전이 가장 빈번했다. 지난해 기준 무면허 단속의 절반(55.1%)은 19세 이하다.

"면허 인증 의무화하도록 법 정비해야"

이에 킥보드 대여 업체의 면허 인증 절차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비대면으로 대여하고 반납하는 전동 킥보드 특성상 완벽하게 무면허 운전을 막긴 어렵다”면서도 “대여 업자의 면허 인증 의무화·PM 전용 면허 도입 등 PM 관련 법률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체의 PM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 7건은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PM법 제정안)’ 공청회를 거쳐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시험 기반 PM 전용 운전 자격을 신설하거나 대여 업체들에 운전 자격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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