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름에 한 번 뜨겁게 불타올라보자.”
피아노와 오르간이 ‘건반 배틀’에 나선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르간 오딧세이 II. 배틀 오르간’ 무대에 서는 오르가니스트 이민준과 피아니스트 김경민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최근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이 각오를 다졌다. 두 연주자는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와 ‘라 캄파넬라’로 각자의 기교를 뽐내고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로 화합하며 무대를 마무리한다.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속 장면처럼 피아노와 오르간이 번갈아 연주하는 ‘배틀’이다. 이민준은 “두 악기는 건반 악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소리 나는 방식, 터치, 연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며 “차이를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서트 콘셉트에 맞게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리스트의 작품 위주로 선곡했다. 이민준이 “오르간은 장시간의 리허설을 거쳐 원하는 소리를 조합해 내고 페달까지 써서 더 재미있는 음악을 만드는 장점이 있다”고 말하자 김경민은 “오르간에 웅장함이 있다면 피아노는 속도와 디테일로 대적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번 무대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다. 이민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 곡이라 애착이 크지만 오르간으론 첫 도전이라 처음엔 막막했다”며 “피아노와 유사하게 때로는 더 극적으로 들리도록 편곡하면서 오르간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했다. 편곡에는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이민준은 “오르간은 건반 수가 피아노보다 적어 스케일을 타다 보면 건반이 끊긴다”며 “아래 옥타브에서 시작하거나 페달을 활용하는 등 아이디어를 많이 짰다”고 설명했다.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는 지난해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던 레퍼토리다. 김경민은 “관객 반응이 워낙 좋아 앵콜 개념으로 다시 넣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비중이 비슷하고 재즈적인 매력이 있어 두 악기의 조화를 즐길 수 있다”며 “올해는 더 완성도 높게 들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간과 피아노의 ‘호흡 맞추기’도 흥미롭다. 오르간은 건반을 누르고 파이프에서 소리가 나기까지 시차가 있다. 김경민은 “타이밍을 맞추느라 그동안 고생했지만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서로 친분이 있어 더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이민준은 “큰 소리는 더 빠르게, 작은 소리는 더 느리게 들리는 특성까지 고려하며 호흡을 맞춘다”고 덧붙였다.
각자가 상대 악기에 부러운 점도 있다. 이민준은 “피아노는 악기만 있으면 바로 칠 수 있는 게 부럽다. 오르간은 연주 전에 소리를 만들고 세팅하는 데만 10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김경민은 “오르간의 웅장한 음향과 음색 조합이 부럽다. 피아노는 숨을 곳이 없는 악기라서 조금만 틀려도 온전히 내 책임”이라고 웃었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은 오스트리아 리거사가 제작했으며 4단 건반, 68개 스탑, 5000여 개 파이프를 갖췄다. 이민준은 “오르간마다 색깔이 다른데 롯데콘서트홀의 오르간은 프렌치 스타일의 강하고 파워풀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오르간 오딧세이’는 연주와 함께 악기 구조를 내부 생중계로 보여주는 롯데콘서트홀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다. 콘서트 가이드가 오르간 속으로 들어가 파이프와 연계 장치, 스탑을 설명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돼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