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컬러심리 톡] 여든 살 노인의 마음그림

2025-11-06

희고 단정한 짧은 머리칼은 그녀를 매우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녀는 여든이라고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의고 마음의 상실감으로 무척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분이었다. 편안하게 앉아 차를 마시며 그린 워크지에 그녀의 마음 색채가 나타난다. 먼저 팔레트 워크지를 한참을 들여다보고 푸른색과 파란색을 차례로 칠을 한다. 그 아래 초록으로 색을 칠하고 마치 초록을 감추려는 듯 주황색으로 덮어버린다. 초록과 주황이 섞인 색은 갈색으로 나타나고 그 사이로 살짝살짝 초록이 보인다. 팔레트 안의 둥근 모양은 그대로 두고 노란색, 초록색을 번갈아 색칠하고 그 위에 보라색과 주황색, 그리고 검정색으로 팔레트를 채운다. 마지막으로 팔레트 안 둥근 모양에 분홍색으로 색을 칠하며 완성한다.

노인이 표현한 색채 활동은 우아함과 단정함 속에 다양한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지금 노인은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갖고 있지만 신체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자유롭지 못하다. 활동의 억제가 심리적으로 무기력함을 느끼게 하지만, 이런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노란색과 초록색을 번갈아 사용하여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보라색과 검정색에서는 여전히 깊은 감정의 혼란과 상실이 나타나고 자신이 가진 진실된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 마음이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분홍색으로 마무리한 것은 매우 희망적이며 내면의 우울한 감정들을 잘 극복하여 안정과 따뜻한 사랑, 애정으로 타인과의 관계가 평화롭고 부드럽기를 갈망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나타나고 있다(그림 1. 여든의 색).

다음 그림은 잎이 떨어지는 가을 나무였다(그림 2. 나무-I). 앙상한 가지와 굵은 줄기는 세월의 풍파를 견뎌온 노인의 강인함을 보여주었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은 상실의 고독함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과 활력,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겪으며 느꼈을 무력감과 외로움이 그림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 노년의 삶을 마치 ‘가을’로 인식하며, 자신의 존재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단하게 뿌리내린 줄기는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내면의 힘이 아직 남아있음을 표현한다. 노인은 나무-I을 그린 후 “참 쓸쓸한 고목나무처럼 보인다”며 외롭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후 다시 나무-II를 그리는 동안 노인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나무줄기의 색깔이었다. 짙고 어두웠던 갈색과 검은색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밝은 주황색과 노란색이 채웠으며, 나뭇잎과 나무 주변에 흩어진 낙엽들이 선명한 빨간색으로 나타났다. 이 빨간색은 정열, 생명력, 강한 애착과 같은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홀로 남겨진 자신의 환경에 외로움을 삭혀야만 했을 노인의 슬픔, 그럼에도 살아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빨간색의 에너지를 받고자 하는 열망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그림을 마치고 세 장의 그림을 눈앞에 펼쳐 놓고 고개를 끄덕이시며, “마지막에 그린 나무 그림이 너무 좋아.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기분이야.” 하신다. 마지막 그림 한 장은 그녀에게 삶의 새로운 의미와 사회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조화자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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