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모레퍼시픽,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공장 혁신…자동화 한계 극복

2025-12-01

아모레퍼시픽이 자동화의 사각지대로 불렸던 화장품 공장에 선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한다. 에이로봇과 손잡고 오산 공장 패키징 공정에 휴머노이드를 배치해 '풀오토' 생산 체제 구축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표준화가 어려워 자동화 '불모지'로 불리던 K뷰티 제조 현장이 로봇 기술 시험대이자 국내 휴머노이드 시장 개척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에이로봇과 협력해 오산 공장 생산시설 내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해 실증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실증 작업은 이달 중순 시작돼 약 2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향후 라인 내 투입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간다.

오산 공장에 도입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에이로봇의 '엘리스 M1' 모델로, 패키징 작업을 우선 담당한다. 모바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키는 약 1.3~1.8m 수준이다. 자율적으로 패키징 공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학습 모델이 탑재됐다. 이를 위한 컴퓨팅 모듈로 엔비디아의 'AGX 오린(Orin)'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 물류 등 주요 업무에 AI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전반적인 운영 수준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모레퍼시픽은 첨단 기술을 통해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증 작업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 실증 사업 일환으로, 에이로봇과 아모레퍼시픽, 한양대학교가 협업해 진행한다.

이번 실증 작업은 자동화 사각지대로 불렸던 화장품 공장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휴머노이드 투입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업계 처음이다. 화장품 공장은 전통적으로 자동화 난도가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제형(텍스처)이 액상·크림·젤·폼 등으로 다양하고, 용기·뚜껑·케이스 등 패키지 형태도 브랜드·라인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생산 공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라인 자동화에 한계가 있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에 가까운 유연성을 지니고 있어 화장품 공장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생산시설 내 자동화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번 실증 작업을 기반으로 생산 '완전 자동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에서도 전사적 인공지능(AI)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오산 공장을 스마트 생태 공장으로 구축했다. 온실가스 저감과 폐수 처리 공정 자동화 등이 적용됐다.

이번 실증 사업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는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학, 연구소 등에서 연구용으로만 사용되며 사실상 시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번 실증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장을 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