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수치모델보다 정확"…변화무쌍 태풍의 길 맞힌 이것

2024-10-30

AI(인공지능) 기술이 변화무쌍한 태풍의 길까지 맞추고 있다. 진로 예측 능력에서는 전 세계 기상청에서 수십 년 간 활용해 온 수치모델을 이미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교수 연구팀은 5가지 AI 기상예측 모델들을 이용해 2020년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8개 태풍의 진로와 강도 예측 정확도를 분석했다.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수치모델(IFS)의 정확도도 비교했다.

7일까지 평균 예측 성능은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GraphCast가 가장 뛰어났다. 실제 태풍 경로와 평균 201㎞의 오차를 보였다. 이어 FuXi(푸단대)와 FengWu(상하이 AI), PanguWeather(화웨이) 등 중국에서 개발한 AI 기상예측 모델이 2~4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예측 정확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수치 모델인 IFS는 245㎞의 오차를 보여 5위에 그쳤다. 최근 2~3년 동안 개발된 AI 예보모델이 수십년 동안 개발돼 온 수치모델의 성능을 앞선 것이다.

지난해 8월에 한반도를 종단한 태풍 카눈의 경우 일본으로 가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독특한 경로를 보였다. 이때 IFS는 태풍의 급격한 진로 변경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AI 예보모델은 태풍의 한반도행을 맞췄다. 연구팀은 “현업 태풍 예보가 수치모델의 예측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점에서 AI 모델 결과를 추가로 이용하면 향후 태풍 진로 예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일주 교수는 “기존의 수치 모델은 매우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방식으로 예측을 내놓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슈퍼컴퓨터에도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며 “AI 기상예측 모델은 과거의 방대한 데이터를 훈련한 뒤에 미래를 예상하는데, 10일 예측도 1분이면 결과가 나올 정도로 속도가 비교도 안 되게 빠르다”고 말했다.

다만 태풍의 강도는 전통적인 수치모델인 IFS의 예측 능력이 AI를 앞섰다. 모든 AI 모델들이 태풍의 강도를 실제보다 약하게 예측했다. 문 교수는 “공간 해상도 등에서는 여전히 AI 예보모델이 개선될 부분이 남아 있다”고 했다.

AI가 예상한 콩레이 진로는? 대만 관통한 뒤 우회전

30일 현재 북상 중인 제21호 태풍 ‘콩레이(KONG-REY)’의 경우 AI와 수치모델 모두 비슷한 경로를 예측했다. 31일 대만을 관통한 뒤, 다음 달 1일 중국 상륙 직전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봤다.

특히, 31일에는 태풍 강도 중에 가장 높은 ‘초강력’(super strong) 단계까지 발달하는 등 슈퍼 태풍으로 성장해 대만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태풍의 이동 경로에 있는 지역에는 휴무·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직접 영향 없겠지만…제주 최대 100㎜ 많은 비

태풍은 대만을 통과하면서 지면과 마찰로 인해 세력이 급속히 약해지겠고, 일본에 도달하기 전인 다음 달 2일쯤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될 전망이다. 이에 한국은 태풍의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콩레이가 끌어온 열대 수증기의 영향으로 제주와 남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1일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겠고, 특히 제주도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30㎜ 내외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제주에는 1일 하루에 최대 10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콩레이에서 변질될것으로 예상되는 온대저기압의 이동 경로와 강도 등에 따라 강수 구역과 시점, 예상 강수량 등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겠으니 앞으로 발표되는 최신 기상정보를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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