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국방부 괴문서 의혹’과 관련해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을 정식 입건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과 박 전 보좌관이 해당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달 말 이 전 장관과 박 전 보좌관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입건했다. 이 전 장관과 박 전 보좌관 모두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혐의로 입건되어 수사를 받아왔는데, 여기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추가됐다. 특검은 이 전 장관과 박 전 보좌관이 2023년 9월 국방부에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이라는 문건의 작성을 지시하고 그 내용 등을 보고 받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박 전 보좌관이 해당 문건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문건은 채 상병 순직사건 이후인 2023년 10월쯤 배포됐다. 국방부 내 작성자가 특정되지 않아 ‘괴문서’로도 불렸다. 12쪽 분량의 문서에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격노와 질책은 근거 없는 허위 주장’, ‘채 상병 관련 수사 외압 의혹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혼자만의 느낌과 추정에 근거’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수사외압이 촉발됐다는 의혹(VIP 격노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문건에 담긴 내용이 허위라 판단했다. 특검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사건 초동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상급자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격노를 했고, 관련 내용으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한 사실도 특정했다. 특검은 오는 13일 구속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 다음 주 후반 정도로 조사 일자를 조율할 계획이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다른 특검의 조사에 줄곧 불응해왔던 만큼, 채상병 특검의 조사에도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장관 측은 해당 문건이 ‘괴문서’라 불리는 것은 “악의적 표현”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에게 격노해 (임성근 전) 사단장을 빼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팩트와 국방부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로, 괴문서라거나 허위공문서라는 평가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특검은 다음주 중 이 전 장관과 박 전 보좌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결과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해병대 상급자를 혐의자 명단에서 빼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결과를 재검토 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혐의자 범위를 축소하도록 외압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