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강요한다는 이들에게

2025-01-15

1986년 1월28일, 챌린저 우주왕복선이 발사대를 떠난 지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생명의 무거움은 차이가 없지만, 특히 함께 타고 있던 민간인 교사 크리스타 매콜리프의 죽음은 전 세계적으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우주 탐사에 최초로 참여한 민간인으로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우주정거장에서 학생들에게 원격으로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모두를 위한 우주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그녀의 꿈은 비극적인 참사로 끝나고 말았다.

앞서 아폴로 달착륙 미션 성공 이후, 미국 정부와 대중은 항공우주국(NASA)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NASA는 이전에 비해 크게 부족해진 예산으로 고민했다. 다시 정치권과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NASA는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효율적으로 우주 프로그램을 밀어붙였다.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도 안전성보다 비용이 더 우선시되었다. 거쳐야 할 안전 프로토콜은 간소화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결국 참사의 씨앗이 되었다.

승무원들이 안타깝게 희생된 직후, NASA는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참사였음이 밝혀졌다. 챌린저 우주왕복선 참사의 원인은 고체 로켓 부스터를 감싼 O-링의 결함이었다. 고무로 만든 O-링은 발사 당일 추운 날씨 속에서 탄성을 잃고, 부스터를 제대로 밀봉하지 못했다. 발사 전부터 고온의 가스가 누출되고 있었고, 결국 발사 직후 폭발로 이어졌다. 사실 이 문제는 일찍이 여러 엔지니어들이 지적했다. 그들은 온도가 떨어지면 O-링의 성능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발사 일정을 늦춰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NASA의 상층부는 이를 무시하고 발사를 강행했다. ‘더 빠르게’라는 목표에 얽매여 경고를 외면한 결과는 참혹했다.

이 사고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구성된 로저스위원회는 과학적 진실과 조직적 문제를 규명하고자 노력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위원회에 참여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생중계되는 방송에서 간단한 시연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파인만은 테이블 위에 얼음물을 놓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컵에 담긴 얼음물이 발사 당일 날씨만큼 차가워지기를 기다렸다가 O-링을 담갔다. O-링은 빠르게 탄성을 잃고 굳어버렸다. 파인만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참사의 원인은 보고서에 적혀 있는 전문가들의 복잡한 기술적 용어로는 감출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의 결론은 단호했다. 자연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참사 이후 NASA는 오랫동안 쌓여 있던 내부의 고질적인 문화를 돌이켜보면서,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시한 의사결정 과정을 반성했다. 결국 탄성을 잃은 O-링 역시 참사의 원인이 아닌 결과 중 하나일 뿐이었다. 참사의 본질은 기술적 오류를 넘어선 인간의 오만하고 게으른 선택, 그리고 올바른 피드백이 반영될 수 없었던 조직의 문제에 있었다.

슬프게도 인간의 기억은 훌륭한 저장장치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망각한다. 하지만 진실된 추모는 이러한 망각의 유혹에 저항하는 데서 시작된다.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슬픔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객관적 조사와 철저한 대책을 통해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가장 뜨겁고 감정적인 슬픔의 치료제는 가장 차가운 과학적 사실과 대책이다.

참사가 발생하면 우리는 종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후순위로 미루려 한다. 수습과 책임자 처벌 등 지난한 행정적, 사법적 절차가 끝나고 감정이 해소된 뒤에야 대책이 논의되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이자 제대로 된 반성이다. 이러한 과정이 절차적으로 마지막에 놓이는 이유는 그것이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수습과 반성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참사는 단순한 기술적 실패가 아니라, 안전을 무시한 판단이 초래한 비극이다. 이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가장 진실된 위로이자, 가장 뜨거운 슬픔에 대한 가장 차가운 해답이다.

NASA는 매년 1월, 기억의 날을 통해 우주 프로그램에서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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