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과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으로 증시 전반의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카카오의 주가는 연일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9.00%(3450원) 급등한 4만1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의 주가는 이틀 연속 강세를 보이며 누적 상승률이 16%를 넘었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은 800억원 어치의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카카오의 주가 상승세는 이날 개최되는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행사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AI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새로운 AI 서비스 '카나나'의 출시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오픈AI 개발자 워크숍 '빌더 랩(Builder Lab)'에 참석한 후,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직접 참여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만날 예정이어서 두 기업 간 AI 사업 협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뿐만 아니라 오픈AI, 앤트로픽 등 외부 AI 모델을 조합해 최적의 성능을 적용하는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며 "올트먼 CEO가 정신아 대표와 만날 경우, 오픈AI와 카카오 간 LLM 협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장에서 글로벌 협업이 점점 중요해지는 만큼, 카카오와 오픈AI 간 협력 여부가 향후 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카카오는 AI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딥시크가 선보인 AI 모델은 현존 최고 성능 AI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오픈AI의 'GPT-4o'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면서도 개발·유지 비용은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딥시크는 비공개 폐쇄형 모델인 오픈AI와 달리, 오픈소스 형태로 개방돼 누구나 손쉽게 딥시크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한 AI 서비스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에서 후발주자인 카카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자와 데이터 학습을 위해 거대 자본이 필수적이었던 AI 개발 패러다임이 라마(Llama)와 딥시크 등 오픈소스 진영의 부상으로 비용 효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적으로도 경량화된 고성능 모델 개발이 더욱 용이해지면서 AI의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며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8.9% 상향한 4만9000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고성능 AI 모델이 낮은 가격으로 제공되는 현재의 흐름은 긍정적"이라며 "오픈소스 모델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AI 모델 가격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I 밸류체인 내 가장 전방에 위치한 인터넷·게임·소프트웨어 산업의 생산성은 구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향후 AI 서비스 확장에 따라 멀티플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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