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서해는 中의 바다가 아니다

2024-10-24

해양 경계 획정 아직 체결 안 돼

中, 동경 124˚를 경계선으로 고집

확정 땐 서해 70%가 中 관할로

해양안보 위해 대응전력 갖춰야

국제 안보 환경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도발로 촉발된 중동 불안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로 번져 5차 중동전쟁까지 우려된다. 종전을 기대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북·러 간의 ‘유사 핵 동맹’ 체결과 북한군 파병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우리 군의 무인기가 평양을 침투했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감히 ‘핵보유국을 상대로 감행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힐난하고 나섰다. 또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우리 예산 1800억원이 투입된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전격 폭파해 육로를 완전 단절시켰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남북 경계지역을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해 향후 대화의 문을 확실히 닫을 것임을 밝혔다.

이렇게 국제 정세와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가히 ‘서해공정’으로 불릴 말한 중국의 ‘내해(內海)화’가 진행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우리 서해는 위로는 북한과, 서쪽으로는 중국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대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아직 서해를 둘러싼 해양 경계 획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2000년에 잠정조치수역을 정하고, 이듬해 어업협정을 체결해 동경 123도선 부근을 잠정 해양 분계선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2013년부터 노골적으로 동경 124도선을 자국 영해로 간주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운 시진핑 주석이 해양주권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중국은 124도를 경계선으로 고집하고 있다. 만일 124도가 기준이 되면 서해의 70%가 중국의 관할 수역이 된다. 그러나 123~124도선은 명확히 공해(公海)다. 중국은 1962년 북한과 ‘변계(邊界)협정’을 맺었고, 당시 동경 124도10분6초를 기준으로 했으니, 한·중 간에도 이게 기준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 지역은 북한의 우회 침투로로 이용될 수 있고, 무엇보다 중국 항모와 잠수함기지 등이 집결해 있어 우리 안보를 직접 위협할 수 있으므로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주지하다시피 21세기는 해양 패권의 시대다. 세계 각국은 바다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앞다퉈 해양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한국이 적절한 대응을 못 했기 때문에 123~124도선 사이에선 중국의 수십 척 해군함정들 자체 훈련을 하고 있으며, 갈수록 중국이 자국 해역으로 간주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서해를 방어하는 북해 함대의 활동 범위를 우리 동해로까지 확장해 러시아와 연합군사훈련을 정례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백령도 앞 40㎞ 해상까지 중국 해군 함정이 진출하거나 동해의 독도 부근까지 중국 함정이 출몰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소위 삼전(三戰)이라는 독특한 회색지대(Gray zone) 전술을 구사한다. 여론전, 심리전, 그리고 법률전으로 구성된 이 전략은 기본적으로 인지전(認知戰·CognitiveWarfare)이다. 인지전은 상대에게 가짜 정보를 인식시켜 잘못된 인지를 바탕으로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게 하거나, 무기와 장비 운용에서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전략이다. 해양과 관련해 중국은 1992년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영해라는 해양법을 제정했고, 의심 선박에 대한 수사나 인물에 대한 구류 기간을 일방적으로 늘린 해양경비대법(海警法)을 발효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일반 어선이지만 해군의 통제를 받는 해상민병대(海上民兵隊)도 운영하고 있다.

중국 해군력을 미국과 비교하면서 미국의 안보 지원에 의존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력이 한국의 전력은 아니며, 미국의 무기 역시 한국의 무기가 아니다. 항공모함, 강습 상륙함, 핵잠수함 건조 등이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군비 증강이 아닌 충돌을 방지하려는 우리의 대응 전력 구비다. 서해는 중국의 바다가 아니다. 이를 간과하면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해양 안보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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