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려되는 극단적 행동…우리 안보 대비 태세부터 점검해야

2024-10-24

북한의 대내외 동향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시로 등장해 경제 회생을 주문하고, 지난 7월말 발생한 수해를 복구하기 위해 독려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김정은은 최근 수해 지역인 자강도를 방문해 11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복구 사업을 12월로 늦췄다. 내부자원의 고갈로 인한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식량난도 여전하다. 독일의 ‘세계기아원조’는 올해도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0개국 중 하나로 꼽았다. 주민의 53%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인데다, 급기야 군인의 배급량마저 줄였다는 얘기도 돈다. 이런 고민 때문에 김정은이 수면 장애와 지나친 음주·흡연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 식량난 등 상황 악화일로

북의 비정상적 판단 대비해야

병력 감소 등 안보 태세 우려

안보 포퓰리즘의 구멍 막아야

한국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북한 외무성의 지난 11일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에겐 치명적인 위협이다. 필자는 2014년 5월 합동참모의장으로 있을 때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밝혀져 큰 곤욕을 치렀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세계의 첨단 탐지, 요격 체계를 검토했다. 그러나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최근 미국, 이스라엘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이 무인기를 이용해 적국의 요인을 암살하는 사례를 지켜본 북한은 경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너 몰린 북, 극단적 도발 우려

어느 나라건 국내 상황이 대외 관계에 영향을 준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비정상적인 판단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정기국회 격)를 열어 헌법을 개정하고,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했다. 헌법에 있던 통일과업(9조) 역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에는 애써 연결했던 경의·동해선의 도로와 철도를 폭파했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그야말로 비정상의 극치다. 북한은 이보다 한 발 더 나갈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당장 우려되는 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첨단 군사 기술의 확보다. 러시아의 첨단 미사일과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기술이 북한으로 흘러간다면 우리에겐 재앙이다.

더 큰 문제는 파병이 가져올 국제적 파장이다. 북한의 파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자유 진영 국가의 우크라이나 참전 명분이 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은 불가피하다. 자칫 러시아의 핵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비난과 압박에 직면한 북한은 어떤 극단적인 행동, 즉 군사적 도발에 나설지 모른다. 미국 컬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11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한반도 상황을 정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렇게 위중한 상황의 연속인데 우리의 안보 태세는 어떤가. 젊은 층의 표를 의식한 현역병 복무 기간 단축으로 상비 병력은 감소했다. 국방연구원(KIDA)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2015년 37만여 명이던 병역자원은 2040년엔 14만여 명으로 급감한다. 상비병력은 2012년 63만9000여 명에서 2022년 50만여 명으로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국방개혁 4.0에 따른 상비군 50만명 유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도 현역병들의 숙련도는 말이 아니다. 겨우 적응할만 하면 전역한다.

9·19 남북 군사합의, 병사들의 과도한 봉급 인상 역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정치권의 잘못된 판단과 평화에 대한 기대로 국민의 안보 의식은 위험한 수준에 다다랐다. 현역병의 파격적인 봉급 인상은 MZ 세대의 군 간부 지원 동기를 앗아갔다. 지난 7년 사이 군 간부 지원율은 반 토막 났고, 우수 자원 획득은 고사하고 정원을 채우기도 급급하다. 전투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군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첨단 무기 체계도 이를 제대로 운용할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근무 여건이 어려워도 명예를 위해 군인의 길을 걷던 시대는 끝났다. 전 국민이 함께하는 총력 안보태세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병사 복무 기간 연장 고려할 필요

군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물 샐 틈 없는 경계 태세”나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을 말로만 외쳐선 안 된다. 안보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해 발생한 구멍을 막는 일도 시급하다. 현역 병사의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를 고려해 봐야 한다. 복무 기간을 얼마나 연장하느냐는 나중의 문제다. 복무 기간 연장 논의 자체가 무너진 국민 안보 의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만은 중국과 군사적 충돌 위기가 고조되자 지난 1월부터 기존에 4개월이던 의무 복무 기간을 12개월로 늘렸다. 눈여겨볼 것은 대만 국민 85%가 복무 기간 연장에 찬성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와 대만 중 어느 쪽의 안보 위협이 위중한가. 안보에 정치 득실을 따져선 안 된다.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특단의 조치도 발등의 불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목숨을 담보하는 제복 입은 사람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국방부가 올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 감사 자료에 따르면 군 간부들의 직업 만족도는 군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71.9%였던 직업 만족도는 지난해 44.9%로 낮아졌다. 군 간부들이 느끼는 사회적 평가는 33.9%에서 12.6%로 곤두박질쳤다. 한국국방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전역 군인의 취업률은 52% 수준이다. 2015년 결과인데 최근엔 더욱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에서 전역 군인 90%가 재취업을 하고, 전역 이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과 비교된다. 군의 사기가 이 정도인데 언제까지 ‘애국 페이’만 강요할 건가. 대선 때만 되면 선거 캠프에 줄을 서는 예비역 장성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최근 경험한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지난 7월 일본도를 이용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당국은 장성의 표식인 삼정검의 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예비역 장성들은 8월 삼복더위에 도검을 직접 들고 관할 경찰서로 가 점검을 받았다. 평생 나라를 위해 헌신한 결과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의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원로 장성들이 젊은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90을 넘긴 한 원로 장성은 “이제 이 칼은 더는 내게 명예도 긍지도 아닌 애물단지니 당장 폐기하라”고 했다. 당국에서 꼭 그리해야 했는지 안타깝다. 아무리 살기 좋은 세상이 와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의 위협은 극으로 치닫고 있는데 자칫 군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한국해양연맹 총재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