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CJ E&M센터에선 ‘얼티밋 배틀 presented by 비비고’라는 이름의 대회가 열렸다. 종목은 브레이킹.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춤꾼들이 모인 이날 현장은 이른 오전부터 생동감으로 가득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치장한 11개국 46명의 선수들은 화려한 기술로 분위기를 띄웠고, 관객들은 끊임없이 커다란 환호성을 보내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경기가 생중계되는 온라인 플랫폼 역시 적지 않은 동시접속자로 붐볐다. 이제는 어엿한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은 브레이킹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하루였다.
과거 비보잉이라고도 불렸던 브레이킹은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힙합 댄스의 한 장르로 태동했다. 이전까지는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거리 문화로 여겨졌지만, 점차 고난도 기술과 예술성이 결합된 스포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 최근에는 여성 댄서들의 비중도 커지면서 공식 명칭도 비보잉에서 브레이킹으로 바뀌게 됐다.
반세기 동안 성장한 브레이킹은 올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7월 열린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소속 크루가 아닌 각자의 국기를 달고 출전한 ‘올림피언’ 선수들은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서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전 세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격세지감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한 브레이킹의 도약을 벅찬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 브레이킹의 ‘살아있는 전설’ 김홍열(40·활동명 홍텐)이다. 14살 때 처음 춤을 접해 2000년대부터 국내 브레이킹계를 접수한 홍텐은 국가대표 자격으로 지난 파리올림픽을 빛냈다. 또, 최근 열린 얼티밋 배틀에선 유소년 경기 심사위원 겸 선수로 뛰었고, 소속 크루인 레드불 비씨 원 올스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날 만난 홍텐은 “내가 처음 춤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올림픽에서 실력을 겨뤘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웠다”면서 “이는 다른 나라 선수들도 똑같이 느꼈다. 현장에서 만난 동료들 모두 ‘브레이킹이란 종목을 잘 모르던 팬들로부터 환호를 받으며 전율을 느꼈다’고 하더라. 나 역시 파리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실감했고, 한국에서도 달라진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텐의 증언처럼 브레이킹은 파리올림픽을 통해 인기 저변을 확대했다. 세계무대에선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국내에선 팬층이 넓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브레이킹의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바로 ‘키다리 아저씨’ CJ그룹이다. 골프와 수영, 테니스, 빙상 등 다양한 종목을 지원하고 있는 CJ그룹은 2021년 김헌우(윙)와 박인수(킬), 전지예(프레시벨라) 등과 계약해 개인 후원을 시작했고, 2022년 10월에는 세계브레이킹선수권대회를 후원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에는 얼티밋 배틀을 개최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홍텐은 “스포츠로서는 아직 생소한 브레이킹 종목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CJ그룹의 지원은 한국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계속 좋은 성과를 내는 원동력이 된다”면서 “특히 브레이킹은 얼티밋 배틀과 같은 큰 규모의 국제대회가 많지 않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유다. 앞으로도 CJ그룹의 도움을 발판삼아 브레이킹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얼티밋 배틀 경기 전날에는 국내 유망주들이 실력을 겨루는 장도 마련됐다.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KFD)와 함께 차세대 국가대표 선수들을 발굴하겠다는 목표 아래 퓨처 챌린지와 성인 선수들의 원포인트 레슨 성격의 꿈지기 워크샵이 열렸다. 홍텐은 “올해 브레이킹이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아직 나아갈 길이 없다. 특히 유소년 선수들의 실력이 기대처럼 빠르게 올라오지 않고 있다. 더욱 체계적인 성장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브레이킹 종목은 춤과 예술을 스포츠와 결합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종목이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한국의 문화를 춤을 매개로 해 널리 소개할 수 있는 새로운 K-콘텐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 앞으로도 성인 대회는 물론 유소년 선수들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자리도 계속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