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해 ‘의무지출’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2026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하고 민생 안정 및 경기 회복, 산업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한 미래, 안전 및 외교·안보 등 4대 중점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내수 침체 지속에다 수출 경고등이 켜지자 나라 곳간을 열어 성장률 하락을 막는 ‘적극 재정’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이번 편성 지침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강조해온 ‘건전 재정’ 문구는 빠졌다. 하지만 정부는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4대 공적연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으로 지급 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정부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4.2%에서 2028년 57.3%로 높아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선심성 복지 정책을 남발한 부작용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국방비 등 경직성 지출을 빼면 재량지출 비중은 전체 예산의 20%(2023년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허리띠 졸라매기로는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어렵고 경제 위기가 닥쳐도 재정을 대거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저성장 등으로 세수 기반까지 흔들리면서 2050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07.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민생지원금, 소상공인 바우처 지급 등 현금 퍼주기 선심 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무지출 구조조정은 법 개정 사항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이해관계자 등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의지만으로 수술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여야는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 국가 재정 운용의 근본적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복지 의무지출의 총량 한도를 정하고 연금 등의 구조 개혁과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학령 인구가 줄어도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할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 시급한 과제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본 사회’ 공약, 양곡관리법 등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 정책부터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