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전국 15곳 점포의 폐점을 확정하면서 해당 매장에 입점해 있던 치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회생 절차 돌입 당시 제기됐던 환자 감소, 권리금·보증금 손실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홈플러스는 전체 점포(126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68곳 점포를 빌려서 영업했는데, 이 중 8곳은 회생 절차 개시 이전에 폐점이 결정됐다. 이번에 발표된 15곳까지 합치면 총 23곳이 문을 닫게 된다.
본지 확인 결과, 1차 폐점 당시 발표된 8개 점포 중 2곳(동대문·신내점), 2차 폐점이 확정된 15곳 점포 중 6곳(시흥·가양·전주완산·울산남구·계산·수원원천점)에 치과가 입점해 있었다.
전국 홈플러스 입점 치과 37곳 중 8곳이 직접적인 피해권에 들어선 것인데, 다섯 곳 중 한 곳꼴인 셈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이전 개원은 2곳, 폐업한 치과는 1곳이지만, 추후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서구에서 홈플러스 내 치과를 15년간 운영해온 A원장도 지난 5월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결국 인근 상권으로 이전했다.
A원장은 “3월 회생 사태 이후 환자들이 ‘언제까지 진료하느냐’며 교정·임플란트 같은 장기 진료를 미루기 시작했다”며 “전화 문의와 직접 내원으로 ‘언제 나가냐’는 질문이 이어져 사실상 정상 진료가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이전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은 막대했다. 홈플러스가 요구한 철거·원상복구 수준이 새 인테리어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A원장은 “철거·원상복구 비용 견적이 5000만 원 이상 나왔고, 협상 끝에 3000만 원에 진행했지만 사실상 보증금을 고스란히 철거비로 쓴 셈”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보증금도 일부만 반환됐다. 그는 “보증금의 80% 정도만 돌려받았고, 나머지는 관리비와 철거 등을 이유로 8월 말에 정산해 주겠다고 했다”며 “환급 과정이 복잡하고 지연돼 자금 압박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 권리금 회수 ‘사각지대’
권리금 손실도 컸다. A원장의 경우는 정상적으로 영업이 지속됐다면 7000~8000만 원 수준의 권리금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폐점 확정으로 양도·양수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원장은 “내 경우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그나마 보증금과 권리금이 크지 않아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지만, 권리금이 2억 원 가까운 치과들은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전 개원을 결정한 모 광역시 홈플러스의 개원 10년 차인 B원장도 “아직 공식 폐점까지 시간이 있지만, 이전하더라도 장기간 축적해온 지역 네트워크와 환자층이 사라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치과 경영 전문가인 정기춘 원장(일산뉴욕탑치과)은 “치과는 진료 특성상 연속성이 중요한데, 환자들이 ‘곧 문 닫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순간 임플란트·교정 같은 장기 치료를 꺼리게 된다”며 “내과와 달리 치과는 환자 이탈 폭이 훨씬 크게 나타난다. 폐점 리스트에 오른 입점 치과는 환자 감소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고, 심리적 불안으로 장기 환자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전 여부는 원장의 개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정 원장은 “구환이 탄탄한 치과는 추이를 보며 운영을 이어갈 수 있지만, 매출 하락이 심화되면 결국 결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다”며 “특히 오랜 기간 한자리에 있던 경우라면 폐점이 확정되면 환자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인근으로 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전 개원 전략의 핵심은 환자 동선 최소화에 달렸다. 정 원장은 “반경 500m, 멀어도 대중교통 기준 2km 이내, 2~3개 역 안쪽이어야 구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권리금 등 문제에 대비해 계약 단계의 세밀한 검토를 재차 강조했다. 정 원장은 “치과는 대부분 임차 구조이므로, 규모와 상관없이 보상 규정이나 보호 장치를 계약에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고 밝혔다.
안진호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보증금은 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이 있어 반환 가능성이 높지만, 권리금은 임대인의 회생절차와 직접적 연관이 없어 법적 보호가 어렵다”며 “권리금 계약을 체결할 때는 보증금 미반환이나 매출 감소 시 일부 반환 같은 특약을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