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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안위만을 위해 살아가는 각자도생 시대의 폐해를 타개할 돌파구를 찾고 기업과 직장인이 갖춰야 할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합니다. 그 시대정신이 ‘프로텍터십(Protector-ship)’입니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과 직원은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며 동반 성장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며 “프로텍터십이 발현된 조직이란 회사가 직원을 보호하고 직원과 직원이 서로를 지키는 존재가 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 설립된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로 잘 알려진 뷰티 기업이다. 이 대표는 2014년 고운세상코스메틱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된 후 2020년 부사장을 거쳐 202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병원 제품만 판매하며 연 매출이 100억 원 미만이었던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이 대표가 합류한 지 10년 만에 매출이 22배 늘었다. 특히 뷰티 업계에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빠른 성장에 놀라고 사내 임직원들의 합계출생률이 2.7명이라는 데 또 한번 놀란다.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합계출생률이 0.75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높다.
여성 직원 비중이 80%가 넘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육아휴직 최대 2년 보장을 비롯해 임신 전 기간 단축근무, 난임 치료비 지원 및 시술 당일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10일 의무 사용, 배우자 태아 검진 동행 휴가, 배우자 임신 막달 2시간 단축근무 등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한다. 이에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일하기 좋은 기업’에 5년 연속으로, ‘여성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기업’에도 3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여성들이 임신·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직장인의 경우 출산휴가 후 복귀했을 때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회사는 출산·육아휴직을 하더라도 반드시 돌아올 자리를 지켜줘 직원들의 불안함을 없애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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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임직원들이 회사 생활에 만족해 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을 더욱 ‘다니기 좋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그가 생각하는 다니기 좋은 회사는 복지 혜택만이 아니다. 그는 “평생 직장 개념은 없어지고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 60세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장인 스스로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기본이고 개개인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고 학습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직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각 부서마다 자문 교수를 두고 수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 같은 경영 철학을 갖게 된 것은 전 직장에서 만난 상사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이 대표가 모셨던 임원은 늘 직원들에게 자기 계발을 강조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그는 “직전 회사에서 공부를 하라며 지원해준 비용이 연봉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였다”면서 “나중에 임원이나 최고경영자가 된다면 직원들의 자기 계발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을 돕는 역할에 충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올해는 이 대표와 고운세상코스메틱에 있어 또 한번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세계적 뷰티 기업인 로레알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18년 스위스 유통 기업인 미그로스에 팔렸고 로레알은 지난해 12월 미그로스로부터 고운세상코스메틱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대표는 “개인적인 목표는 좋은 회사를 만들어서 직원에게,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회에 남기고 떠나는 것”이라며 “로레알의 일원이 되면 세계적인 뷰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이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반으로 더욱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