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묵 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2025-10-15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수묵비엔날레)가 전라남도 목포·진도·해남 지역에서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이번 주제는 ‘문명의 이웃들’이다. 윤재갑 총감독은 “황해를 둘러싼 해양 문명권의 교류와 연속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조선시대 회화를 시작으로 근현대 서예, 20세기 한국화, 동시대 각국의 잉크 페인팅(Ink painting)을 일목요연하게 큐레이팅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2025년 수묵비엔날레는 기존 행사와 달랐다. 먼저 전시장 숫자가 대폭 줄었다. 목포의 경우, 비엔날레의 주무대인 문화예술회관과 이번에 새롭게 단장한 실내체육관 두 곳만 활용했다.

특히 목포실내체육관의 변신은 신의 한 수였다. 관중석과 그라운드를 분리하며 5m 높이의 가벽을 세워 탁 트인 공간을 확보해 대작 전시가 가능했다. 참여 작가도 줄었다. 120명이 넘는 작가가 모였던 기존 행사와 달리 이번에는 80여 명이 참석했다. 대신 평면뿐만 아니라 설치, 영상까지 다채로운 시각물을 수합해 간결하면서도 다채로운 공간을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해남을 부각했다. 예부터 호남지역은 수묵의 유전자가 남다른 서화의 본고장이자, 공재 윤두서, 소치 허련을 거쳐 의재 허백련, 남농 허건을 배출한 예향이었다.

총감독도 수묵의 뿌리를 조선시대 서화에서 찾았고, 그 의지를 고산 윤선도박물관에서 실현했다. 조선 서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공재 윤두서와 겸재 정선을 대치한 것이다. 어두운 공간에 마주한 공재의 ‘자화상’과 겸재의 ‘인왕제색도’는 남다른 아우라를 발휘하며 우리 수묵의 근간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진본에 대한 아쉬움도 해소됐다. 한 예로 윤두서의 ‘세마도(洗馬圖)’가 321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것이다.

세마도는 고서화 보전을 위한 항온항습과 조도 때문에 어두운 유물장에 진열됐으나 그 포스는 대단했다. 말 그림으로 유명한 윤두서의 섬세하고 올곧은 필선과 맑고 은은한 먹빛은 작은 화폭에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당초 이 작품은 10월 12일까지만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추석 연휴 기간 녹우당을 열어 많은 관람객을 맞이한 해남 윤씨 종가는 세마도의 공개를 비엔날레 폐막까지 연장했다.

이렇듯 2025 수묵비엔날레는 완전히 탈바꿈했다. 여전히 수묵의 범주, 전시 공간의 물리적 거리 등의 난제가 있지만 새로운 가능성의 수묵 전시를 제시했다.

이제 비엔날레 기간이 보름 남짓 남았다. 서둘러 해남·진도,·목포를 찾아 수묵의 향연을 만끽해야 한다.

송희경 겸재정선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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