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그 결정적 순간들

제6회 그때 거기, 노무현이 있었다
이 시보야!
네, 지청장님!
1988년의 어느 날 이동근(전 서울지검 서부지청장) 안동지청장이 검사 시보 이재명(이하 경칭 생략)을 불렀다. 사법연수원생인 이재명은 그곳에서 검찰 연수를 받고 있었다. 이 지청장의 용건은 감사한 것이었다.
이 시보야, 너 검사 해라. 너 딱 검사 체질이다.
이재명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완곡하게 뿌리친 그 부담스러운 ‘스카우트 제안’은 그러나, 그날 밤 거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이 지청장은 이재명이 연수원 수료를 앞두고 가졌던 가장 큰 고민의 한가운데를 건드렸다. 당시 그는 ‘변호사로 개업해 힘 없는 이들과 함께한다’는 오랜 신념이 흔들리는 바람에 고민하고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문제의 근원은 성적이었다.
그는 성적이 우수했다. 사법고시 성적도 좋았고, 연수원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판사나 검사로 충분히 임용될 수 있는 성적이었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어머니의 기대 섞인 물음에 거짓 답변을 했다.
아이고, 엄마. 나는 성적이 나빠서 판검사는 못 한다. 변호사 해야 한다.

‘변호사 선생님’도 훌륭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판검사 나으리’를 당해낼 수 없었다. 거짓말해야 했던 이재명은 마음이 아팠다.
‘판사나 검사가 된다면 평생 내 뒷바라지하면서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주변의 유혹도 컸다.
그러나 그건 법대에 입학했을 때부터의 오랜 초심을 배반하는 행위였다. 그렇게 마지막 선택의 고비에서 고민하던 이재명의 앞에 운명처럼 그가 나타났다. 노무현(전 대통령) 변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