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철 꽃가루와 미세먼지 등 환경 변화로 눈이 가렵고 충혈되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피로나 일시적인 자극으로 여기기 쉽지만 반복될 경우 면역계 과잉 반응으로 생기는 ‘알레르기 결막염’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막은 눈 조직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해 있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안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꽃가루, 집먼지, 동물의 비듬, 미세먼지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인 알레르겐(Allergen)에 쉽게 노출돼 민감하게 반응한다. 항원이 결막을 자극할 경우 비만세포나 호산구 등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히스타민(Histamine) 등의 염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고 눈 가려움, 충혈, 붓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은 주로 4~6월에 발생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꽃가루, 미세먼지, 황사 등이 있다. 반면 통년성(1년 내내 지속) 알레르기 결막염은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동물 비듬이나 털 등 실내 환경 요인에 의해 증상이 나타난다. 이 중 80%는 특정 계절에 증상이 더욱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외에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 ‘아토피 각결막염’이 동반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알레르기 반응을 넘어 백내장, 원추각막(각막 돌출), 망막박리 등 심각한 안과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어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정밀 진료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결막염 진단은 먼저 병력 청취를 통해 가족 중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지, 증상이 언제·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세극등(Slit Lamp) 현미경 검사를 통해 결막·각막 등을 확대 관찰해 결막 부종과 충혈, 유두 비대 등 알레르기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전신적 알레르기 검사, 결막 찰과 검사, 결막 유발 검사, IgE(Immunoglobulin E) 항체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에는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s)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히스타민 작용을 차단해 가려움, 충혈, 부종 등의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장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면 비만세포 안정제(Mast Cell Stabilizer)를 함께 사용한다. 히스타민 분비 자체를 억제해 증상 발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항히스타민과 비만세포 안정제의 효과를 겸비한 약제들이 개발돼 많이 사용되고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급성 염증 반응이 나타난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점안제(Steroid Eye Drops)를 단기간 사용하기도 한다. 경미한 증상에는 충혈과 결막 부종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혈관수축제가 쓰인다. 단 혈관수축제는 사용을 중단했을 때 오히려 증상이 악화하는 반동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예방법으로는 알레르겐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계절에는 외출 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세안과 샤워로 눈 주변 항원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좋다. 침구류와 커튼은 주기적으로 세탁해야 한다. 습도를 낮게 유지하고, 짧은 환기와 공기청정기 사용도 도움이 된다.
소금물로 눈을 씻는 민간요법은 결막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눈을 반복적으로 비비는 행위도 염증을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 중일 경우 음주는 부작용 위험이 있어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백진욱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눈은 외부 환경에 항상 노출돼 있어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알레르기 결막염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증상이 있으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삶의 질 저하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