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 생태계 탄탄…삼성·LG '자체 피지컬 AI' 개발 속도전

2026-01-01

현대차그룹의 로봇 대표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처음 내놓은 아틀라스는 곡예사처럼 덤블링을 하는 로봇으로 유명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유압식 액추에이터(로봇 관절)를 사용해 소위 근력은 좋았지만 무거운 무게와 가동 시간이 문제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4년 11월 관절을 전자식으로 교체한 ‘올 뉴 아틀라스’를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 뉴 아틀라스는 작업 현장에서 인간처럼 엔진 커버 부품을 들고 수납 공장에 꽂아 넣었다. 인간처럼 일하는 올 뉴 아틀라스의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단숨에 조회수가 240만 회에 달했다.

진화된 올 뉴 아틀라스가 6일(현지 시간) 실제 세상(real world)에 데뷔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1일 “올 뉴 아틀라스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작업 현장에 투입돼 근로 시간이 2000시간을 넘었다” 면서 “6일 개막할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을 통해 주요 기능 소개와 본격 양산을 위한 시간표 등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 뉴 아틀라스를 앞세워 올 해부터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비상할 계획이다.

2026년은 제조와 관련 부품, 서비스를 포함해 잠재 시장이 8경 원에 달하는 휴머노이드 산업이 활짝 개화하며 미중을 비롯해 한국·일본·독일 등 제조 강국 간 기술 및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한다. 경제 단체의 한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생산 혁명을 이룰 최종 병기”라며 “자동차·반도체처럼 제품 생산 경험과 데이터가 많은 기업, 국가가 더 좋은 제품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전쟁에 앞장서 국력을 쏟아붓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로봇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해 현실 데이터(real data)를 쌓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 업체인 비야디(BYD)는 중국 로봇 기업 유비테크가 만든 휴머노이드 워커S2를 지난해에만 1000대를 생산 라인에 투입했다. 이들 로봇은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며 ‘무한 근무’가 가능하다.

중국은 지난해 ‘15차 5개년(2026~2030년) 로봇 산업 발전 규획’을 발표해 2030년 전 세계 로봇 산업의 40%를 점유하는 ‘초한전(超限戰)’을 선언했다. 특히 공급망을 자국 내 ‘폐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대목이 관심을 끈다. 중국은 핵심 부품의 92%를 중국산으로 채운다는 계획인데 휴머노이드가 그간 기술력이 뒤처진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한번에 뒤집을 ‘게임체인저’라고 여기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만든 로봇 핵심 부품 감속기는 일본·독일과 대등한 수준이지만 가격은 반값이다. 중국 정부와 기업은 원팀으로 장쑤·저장·상하이 등 장강 삼각주와 선전·둥관을 축으로 한 주강 삼각주 등지에 감속기와 서보 모터, 제어기, 센서, 배터리 등 부품 공급과 시스템 통합이 가능한 ‘메가 로봇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로봇 행정명령’을 발령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AI와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와 유사하다. 실제 데이터를 많이 쌓을수록 폭발적 기술 성장이 가능하다. 아이가 반복적 학습과 행동을 통해 이해력이 높아지고 세상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과 비슷하다.

AI와 휴머노이드 원천 기술에서 앞서 있는 미국 빅테크들은 ‘머니 게임’에 돌입했다. 세계 최대 산업으로 성장할 휴머노이드를 중국에 내주지 않으려 속도전에 나선 셈이다. 테슬라는 올해 5만~10만 대의 옵티머스를 양산할 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업체 앱트로닉은 50억 달러(약 7조 원) 기업가치를 목표로 4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구글 등과 진행 중이다. 구글은 모회사인 알파벳이 조성한 독립 성장 펀드 캐피털G를 통해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피지컬인텔리전스에 6억 달러(약 8800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계 자금은 전직 엔비디아 연구원들이 설립한 스위스의 플렉션로보틱스에 약 5000만 달러, 피규어AI에 약 10억 달러 등을 투입했다.

미국(25%)은 중국(30%)에 이어 휴머노이드 산업에서 양강 체제를 이뤘지만 부실한 부품 생태계와 약한 제조 기반이 흠이다. 제조 강국인 한국과 일본·독일 기업들이 휴머노이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해 휴머노이드를 직접 개발하고 있으며 LG전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차세대 ‘K-AI 휴머노이드’ 연구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산업용 로봇 세계 1위인 일본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무라타제작소 등 산업용 로봇 회사들이 대거 참가한 ‘교토휴머노이드협회’를 만들고 2027년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에 나선다. 독일도 에자일 로봇과 뉴라로보틱스 등 휴머노이드 유니콘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첨단 휴머노이드의 자체 개발과 함께 미중 간 ‘로봇 전쟁’에서도 한국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는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휴머노이드를 움직일 AI 모델은 반도체칩(두뇌), 이미지 센서(시각), 배터리(에너지원) 등이 필요한데 관련 산업은 한국의 경쟁력이 앞서 있는 편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로봇 패권 다툼에서 새로 형성될 공급망에 우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게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반도체, 정밀 장비, 부품 등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제조 생태계가 있다”면서 “정밀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수요를 확대하고 K로봇 생태계 구축, 글로벌 협력이라는 3대 축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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