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무함마드 깐수'로 활동 중 간첩죄로 복역
출소 뒤 문명교류 학자들 지원, 최근까지 연구·집필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실크로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정수일 문명 교류 연구소장(전 단국대 교수)이 24일 밤 타계했다. 향년 9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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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은 이슬람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 동서 문명의 접점인 실크로드 연구와 한국과 세계 문명의 교류사 연구에 몰두해 왔다. 영어와 중국어와 아랍어는 물론, 일본어·말레이어·프랑스어·러시아어·스페인어 등 10여 개의 외국어를 구사했다. '신라·서역 교류사', '문명의 루트 실크로드', '문명 교류사 연구',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 등 2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또 '이븐 바투타 여행기 1, 2',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을 번역했다.
1934년 중국 지린성 옌볜 태생. 1952년 중국 베이징대 아랍어과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1963년에는 아내와 함께 북한으로 들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평양국제관계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1974년부터 대남 특수 공작원으로 선발돼 교육을 받았다. 이후 10년간 튀니지와 말레이시아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1984년 '무함마드 깐수'라는 아랍인으로 신분을 속이고 남한에 들어왔다. 1996년 7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된 이후 '무함마드 깐수'가 아니라 북한 간첩 정수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법정에서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정 소장의 제자인 소설가 엄광용은 "이번 주말에도 후학들을 상대로 한 강의가 예정돼 있었다"면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세상과 작별하셔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빈소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2호실, 발인은 27일 오전 8시 30분이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