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내 그리스도교 신자 겨냥 공격 증가세
레오 14세 “예수의 연약한 천막에 가자지구 생각”

이스라엘 경찰이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던 하이파의 한 음악 홀을 덮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팔레스타인인 등을 체포했다고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인권단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모사와 센터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디스크자키(DJ)와 노점상도 함께 체포됐으며 음향 장비 등 기기가 압수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경찰관들은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티 참가자들을 밀어서 넘어뜨리고 수갑을 채웠다.
이스라엘 경찰은 성명서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남성이 체포 과정에서 저항하며 경찰관 한 명을 폭행했다고 밝혔다.
모사와 센터는 경찰이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했으며 경찰의 이번 체포 작전이 법적 권한 없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번 체포작전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지속적 제한을 가하는 와중에 팔레스타인인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점령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전역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던 가운데 이뤄졌다.

예수의 출생지로 알려진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2년여만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가 열렸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로마 가톨릭,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그리스 정교회 등 여러 교파가 공동으로 쓰는 베들레헴의 예수 탄생 기념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도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켜졌고, 어린이들은 캐럴을 불렀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7만여명이 숨지고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파괴되는 등 전쟁의 참화를 겪은 가자지구에서는 불안정한 휴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소규모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가디언은 폐허가 된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반짝이는 장식들이 흩뿌려진 모습이 마치 화려한 색채의 물감 자국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됐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WAFA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인 정착민들이 라말라 외곽 투르무스 아야 마을을 습격해 올리브나무들을 뽑았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헤브론 근처에서 주택에 난입하고 차량을 압수했다.
팔레스타인 내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겨냥한 이스라엘 측 공격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3월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교회 시설을 상대로 32건의 공격이 일어났으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겨냥한 물리적 공격 45건이 발생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즉위 후 첫 성탄절 강론에서 무방비 상태의 주민 수십만명이 천막에서 추위와 비바람을 견디는 가자지구의 참담한 인도적 상황을 규탄했다.
그는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말씀(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 세상 사람들 사이에 오셔서 그의 연약한 천막을 치셨다”며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가자 지구의 천막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