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 이형구 시인의 ‘메아리친 물톱’

2025-10-28

‘메아리친 물톱’

쪽빛 구름 속

둥근 달

바람결에 물톱이 함성을 지르고

천 개의 초승달이 된다

호수는 매일 매일 이야기를 모아 둔다

조용한 밤이 오면

초승달에 매달아 하늘로 띄운다

*이형구 시인의 시집 ‘생명의 먹줄을 놓다’에서

이형구 <시인, 전북지방법무사회 회장>

<해설>

그리스 신화에서 신 중의 신인 제우스가 인간 세계에까지 관여하고 간섭한다. 그리스 신화는 신들과 인간들이 함께 어울려 온갖 이야기를 연출한다. 반신반인(半神半人)이 존재하는 세상을 빚어서 서양 인문학의 최초 배경이라고 평해진다.

이 시에서 둥근 달이란 것이 천만 개의 물결에 결합하여 천 개의 초승달로 변환하여, 산정상의 달이 지상의 파랑에 개입하는 꼴을 취한다. 달빛과 물 톱은 융합하여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천 개 만 개의 이야기를 만든다.

세종이 지었다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달이 천 개의 강을 비춘다는 뜻으로 천만 가지 인간사에 달(부처)이 돌보고 보우(保佑)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파란만장한 인간 세상의 헝클어진 일을 달이 내려와 정돈하고 정화한 뒤 하늘로 다시 띄움을 의미하는 이 시는 가만히 성찰하게 하는 시로서 주지시풍이다.

소재호 / 시인, 전북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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