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안타, 홈런, 무보살 더블플레이, 외야 보살. 한 명의 선수가 이 모든 기록을 한 경기에서 달성했다. 김혜성(26·LA 다저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 125년 만에 쓴 대기록이다.
김혜성은 지난 1일(한국시간) 2025 MLB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1개 포함 4타수 4안타 2타점, 볼넷 1개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3회 무사 1, 2루 위기 때 요르빗 비바스의 직선타를 잡은 뒤 2루로 몸을 날려 베이스를 먼저 찍으며 무보살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6회초부터 중견수로 수비 위치를 옮긴 김혜성은 양키스 애런 저지의 담장을 맞고 나오는 타구를 잡아 곧바로 2루에 송구, 2루로 뛰던 저지를 잡아내는 보살을 기록했다.
스포츠 통계 업체 ‘OptaSTATS’는 1일 ‘4안타, 홈런, 무보살 더블플레이, 외야 보살’을 한 경기에서 모두 기록한 선수는 MLB 현대사에서 김혜성이 처음이라고 알렸다. ‘현대 MLB’는 통상 1900년 이후의 MLB를 가리킨다. 김혜성은 126년 만에 MLB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김혜성은 2일까지 타율 0.442를 기록 중이다. 홈런 2개 포함 안타가 19개, 도루는 4개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058로 1을 넘겼다.

김혜성은 각종 지표에서도 두드러진 모습을 보인다. 세이버메트릭스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김혜성은 2일 기준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나타내는 wRC+(조정득점창출력)이 200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다. 프레디 프리먼(195)과 오타니 쇼헤이(186)를 모두 상회한다. 리그 평균 wRC+는 100이다. 김혜성은 출전 경기 수가 21경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김혜성은 팬그래프닷컴의 WAR(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 부문에서는 내셔널리그 신인 선수 중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김혜성은 1일 ‘인생 경기’를 펼친 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에게 타격과 수비면에서 모두 큰 칭찬을 받았다. 동료이자 MLB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맥스 먼시도 “김혜성이 별명이 ‘comet(혜성)’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정말 좋은 수비 본능을 갖고 있다”라며 김혜성의 강한 송구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에게 6월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일 뉴욕 메츠전에 선발 출전하는 김혜성은 다시 치열한 생존 경쟁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