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법이 장난 아니네”…코인 바꿔치기로 해외 새는 돈, 앞으론 꼼짝마

2024-10-25

김정환 기자(flame@mk.co.kr),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전세계 코인시장 2700조원

글로벌 시장서 한국은 ‘큰손’

최상목 “국경 간 거래 급증”

해외 국세청과 정보교류 확대

국제거래 촘촘한 감시망 구축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마약·도박 자금세탁 악용 늘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2조달러(약 2700조원)를 넘어설 정도로 급속도로 커지면서 국경간 가상자산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규모도 지난해 43조 6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큰손’으로 불릴만큼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상자산을 해외로 보내 현금화하면 거래 정보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25일 해외 코인거래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법 개정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유다. 2027년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국경 간 이동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를 촘촘히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가상자산거래소가 국경 간 거래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기축통화’로 통하는 스테이블 코인(달러에 연동된 가상자산)을 통한 탈세 방지가 주 목적이다.

또 해외 국세청과 정보교류 동맹을 확대해 국제 거래 내역도 주기적으로 모은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는 내년 중으로 국제조세법 시행령과 고시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와 연동되기 때문에 비트코인 등 다른 코인과 달리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테더’(USDT)가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달러처럼 USDT는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며 “해외 거래소로 이체도 간편하고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매도해 달러로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USDT나 비트코인을 통한 국경간 거래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외환 거래는 사전에 거래목적을 확인하고 사후 개별 거래정보를 한은에 보고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외국환거래법에 정의되지 않아서 거래 목적을 확인하거나 개별 거래정보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압수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불법이 의심되는 가상자산 거래를 확인하고 있다.

수출입 결제를 USDT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규모는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탈세로 악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격변동 때문에 탈세 목적의 무역결제에서는 주로 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여진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가상자산을 마약, 도박 등 자금 세탁 경로로 활용하는 불법 외환거래 적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국경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보고하도록 해 탈세나 자금세탁 등 불법 활동을 적발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국세청과 공조도 강화한다. 현재 가상자산은 국내외 과세당국 간 정보 교환 대상이 아닌데, 앞으로는 거래 정보가 자동으로 교환되도록 근거법령을 만든다.

정부는 지난 2022년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는 규정(트래블룰)을 도입했지만 해외로 이전된 자산 내역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외 국세청에서 과세 자료를 공유받으면 자금 추적을 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국내 신고된 가상자산거래소를 대상으로 국조법 시행령·고시 개정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핵심은 가상자산 과세 전인 2026년부터 국내 거래소에 고객 국적과 세법상 거주지 정보를 수집해 국세청에 전달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2년 뒤부터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고객까지 소급해 정보 수집에 나서야 한다.

거래소는 허위 정보 제출 문제를 막기 위해 투자자로부터 본인 확인서와 여권과 같은 증빙 서류를 제출받아야 한다. 이번 실사 의무안은 내년 개정되는 국조법 시행령·고시 개정에 담기게 된다. 기재부는 오는 12월 업계를 대상으로 2차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국제 사회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감시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영국, 일본 등 48개국과 과세당국 간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교환하는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CALF) 참여를 선언했다. 현재 세부 감시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데, 국조법 시행령과 고시에 각국 협력 내용도 구체화해 담는다.

다만 소형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제대로 된 실사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재우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각종 인프라스트럭처 준비 비용이 누적된 상태에서 부담이 가중되면 소형 거래소들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인력은 지난해 평균 8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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