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차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수영선수 출신 커스티 커벤트리(42·짐바브웨)가 “IOC는 이제 여성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일 영국 BBC를 통해 “단순히 성별이나 출신이 아닌, 내가 적합한 인물이라는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 20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IOC 위원장 선거에서 커벤트리가 승리할 경우, IOC 130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이자 유럽과 북미 외 지역 출신 최초 위원장이 된다. 현재 그와 경쟁하는 후보는 다비드 라파르티앙(프랑스), 와타나베 모리나리(일본), 페이살 왕자(요르단),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스페인),요한 일리아쉬(스웨덴), 세바스찬 코(영국) 등 총 6명이다.
커벤트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성별이나 출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IOC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획득한 경험과 스포츠 행정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IOC를 이끌어가는 데 큰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004년과 2008년 올림픽에서 여자 배영 200m 금메달을 차지한 아프리카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커벤트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긍정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IOC가 변화를 맞이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IOC는 현재 각 국제 스포츠 연맹(IF)들이 자체적인 성별 규정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종목에서 남성 사춘기를 거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커벤트리는 IOC 집행위원으로 활동해왔으며, 이번 인터뷰에서 IOC가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연맹들이 스포츠 과학과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여성 선수들에게 불리한 요소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국제 연맹들이 이제 IOC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며 “여성 선수들의 카테고리를 보호해야 하며, IOC가 이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OC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만 켈리프는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성별 적격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IOC가 출전을 허용하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에 대해 커벤트리는 “IOC는 항상 배우고 개선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벤트리는 2018년부터 짐바브웨 체육부 장관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역할과 정부와의 관계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짐바브웨는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정부의 축구 운영 개입 문제로 국제 대회 출전 금지 조치를 받았다. 또한 미국 정부는 지난해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부패 및 인권 탄압 혐의로 제재를 가했다. 이에 대해 커벤트리는 “변화를 만들려면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한다”며 자기 역할을 옹호했다. 그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우리의 스포츠는 점차 나아지고 있으며,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나는 방관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