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체질개선까지 불똥…최태원 '전사 동원' 카드 꺼냈다

2025-05-07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SK텔레콤 해킹 사태 수습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은 그룹의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SK텔레콤이 이번 사고로 치러야 할 비용이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 더해 SK텔레콤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신이 그룹 차원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뜰폰을 포함한 SK텔레콤 가입자 수가 약 25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 국민의 절반이 이번 사태의 잠재적 피해자인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T타워에서 열린 해킹 사태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까지 찾아와 (유심을 교체하려고) 오래 기다렸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촉박한 일정으로 마음 졸인 많은 고객에게 불편을 드렸다”며 “고객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개인 고객들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의 개별 계열사 역량만으로는 조속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보안 체계 검토, 시스템 투자 확대 등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현재 그룹에서 AI 체질 개선 사업을 주도하는 핵심 계열사다. SK텔레콤은 3월 AI 데이터센터(DC), 그래픽처리장치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을 골자로 하는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거점에 그래픽처리장치(GPU) 6만 장이 들어가는 100㎿급 AI DC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AI DC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SK브로드밴드·SK가스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솔루션 및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SK텔레콤은 사실상 다른 모든 경영 활동을 멈추고 해킹 수습에 올인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일 비상경영체제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매일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연휴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SK브로드밴드·SK텔링크 직원 1160명 정도가 유심 교체 등을 담당하는 2600여 개 매장에 자발적으로 나가 현장을 지원하기도 했다. 나아가 카카오 지분 매각 등 AI 투자를 위해 확보하던 실탄도 유심 확보와 과징금 등 예기치 못한 분야에 사용할 처지에 놓였다. 이 경우 SK텔레콤의 AI 관련 사업 일정과 그룹 내 다른 AI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날 브리핑에서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 계획을 갑자기 변경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번 일로 여러 가지 영향이 있게 된다면 최대한 고객 보호 조치가 가장 우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최 회장의 메시지는 전사적으로 SK텔레콤에 대한 정보 보호 지원을 확대해 정치권과 소비자 신뢰를 되찾고 유심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 해제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현 상황을 서둘러 타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그룹 내부에서 국가기간사업자로서 SK텔레콤의 역할에 대한 성찰도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보안이 아닌 국방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방 상황을 제대로 검토하고 안보 체계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들은 “정부가 신규 영업을 중단하도록 한 취지는 유심이 부족한 시기에 신규 영업을 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의 유심 교체에 집중하라는 의미”라며 “하루빨리 이 사태를 수습하고 신규 영업 중지를 해제하고 일선 대리점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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