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내수경기의 부진과 자영업자의 눈물

2024-10-06

상가건물 옆을 지날 때마다 건물에 나붙은 점포 ‘임대’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요즘 들어 임대 안내문이 부쩍 늘어났다. 상가에 써 붙여 둔 대다수 임대 안내문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 세입자 부재로 임대가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이처럼 폐점 이후 깜깜한 채로 텅 빈 점포가 자꾸 늘어난다. 장기간 지속된 내수 불황의 여파다.

점포는 자영업자가 흘리는 땀과 눈물의 현장이다. 따라서 빈 점포는 민생경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지난 2분기 약 8.0%로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당시였던 2020년 2분기(6.0%)보다 높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13.8%로써 전년 동기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빈 점포의 증가는 곧바로 상권의 침체로 이어지고 결국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협한다.

수출은 좋다고 하는데 내수는 통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아서 자영업자들은 크게 휘청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들이 최악의 상태에 놓여 있고, 자영업자의 폐업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연일 보도한다. 내수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문닫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민생경제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자영업자 수가 전국 상위인 우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발표했다. 지원책도 여럿 내놓았다. 주로 원리금 상환 유예나 만기 연장 등의 금융지원을 비롯해, 전기료·배달비 등 고정비의 지원에 방점을 둔 대책이었다. 이달 2일에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11조 원 규모의 추가지원책을 다시 내놨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법이 라기보다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핵심은 자영업자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적절한 경영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과도한 시장진입을 억제하며, 자영업자들이 퇴출 시 새로운 일자리로 옮길 수 있도록 재교육·구직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긴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자영업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자영업의 큰 문제들이 주로 여기서 나온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천만 명이 넘고, 종사자와 이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직간접 자영업 관련자 수는 2천만 명을 훌쩍 넘는다. 숱한 커피점과 즐비한 음식점, 길거리에 빼곡히 자리한 부동산중개업소와 미용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영업의 과밀 현상은 좋은 일자리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결과다. 치밀한 분석이나 준비 없이 사업을 개시하기 때문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은 업종에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기 업종은 경쟁이 치열한 블루오션이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쉽게 폐업 위기를 맞는다.

자영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경영마인드를 정립해야 한다. 또한 사업에 관한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고, 지식과 경험을 갖추어야 살아남는다. 단순히 호구지책으로 준비 없이 창업하는 것은 십중팔구 실패로 이어진다. 자영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차별적인 사업 능력을 갖추고 효과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것은 경쟁업체보다 비용을 절감하거나, 특별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그럴듯하게 꾸민 외양만으로는 결코 경쟁우위를 만들지 못한다.

경영환경의 변화도 잘 이해해야 한다. 변화를 감지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사는 길이다. 자영업의 성공에는 사업 방식이나 기술의 개선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창조하여 고객 만족을 달성하는 것이다. 7월 말, 본란에 기고한 “폐업과 성업의 갈림길”이라는 제하의 글에서도 자영업자의 성공은 진정성, 가성비, 그리고 고객 만족을 철저히 실천하는데 달려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자영업자의 위기를 불러온 주범은 내수경기의 침체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위축과 더불어 인건비, 임대료, 금리, 원재룟값 등의 상승이 자영업자를 한계상황으로 내몰았다. 결국 영세자영업자는 심각한 빈곤을 겪는다. 실패한 자영업자도 실업자가 되고, 기초생활 수급자가 양산되면서, 사회안전망마저 위협받는다. 그러므로 정부는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를 살려내는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서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국민의 40%나 되는 자영업 관련자의 위기는 곧 민생경제 전반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보고, 먹고, 즐기는’ 가을 축제가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진다. 계절의 낭만과 추억을 만끽하는 풍성한 잔치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자영업자들에게 축제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눈물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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