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가족처럼 여겼던 따뜻한 치과의사 선생님, 이제 우리 마음속에서 빛날 거예요.”
지역 사회에 온정을 베풀어 온 한 치과의사가 제주항공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치과계를 포함한 곳곳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29일 오전,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2216편이 기체 이상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이탈해 철근 콘크리트 둔덕에 충돌하며 폭발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4명을 포함한 179명이 희생됐으며, 희생자 중 한 명으로 광주 광산구 흑석동의 50대 개원의인 故 이광용 원장(나무치과의원)이 포함됐다.
이광용 원장은 10여 년간 광산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구강 건강을 책임져왔다. 특히 그의 치과는 소아치과를 표방하지 않았음에도 어린이 환자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요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줄줄 꿰면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교류를 중시했던 그의 진료 철학이 입소문을 탄 까닭이다.
한 환자는 “원장님은 항상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따듯한 분이셨다”며 “우리 아이도 원장님을 너무 좋아해 일부러 30분 거리를 걸어온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는 고인의 생전 영상에도 “우리 친구 너무 잘한다. 시크릿쥬쥬가 꿈나라에 놀러온대요”라며 아이의 두려움을 덜어주고 소통하는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고인은 지역 치위생학과에서 겸임·초빙교수로 활동하며 학생들과 치과계 후배들에게도 많은 귀감을 남겼다.
실습 기자재와 교육 자료를 아낌없이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그를 그리워하는 지역 사회의 추모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인의 치과 앞은 환자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져온 헌화와 편지들이 놓여있고, 온라인 포털의 리뷰에도 고인을 그리워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가득 차 있다.
이광용 원장의 비보를 접한 치과계도 깊은 슬픔 속에서 여러 추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지부는 무안국제공항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지부회관에 설치했으며, 유가족에게 힘이 되고자 구강 용품을 제작해 전달하고, 10일간 성금 모금에 나섰다. 또 고인의 부재로 진료가 중단된 환자들을 인근 치과로 전원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으며, 동료 치과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무료 진료에 나서는 등 고인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박원길 광주지부장은 “회원들의 도움에 감사드리며, 유가족분들이 마음을 추스르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 환자 재배치 문제도 유가족분들과 지속 논의하는 등 지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유가족을 향한 배려를 강조했다. 진료를 지원 중인 한 동료 치과의사는 “찾아오는 환자 중 고인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분들이 많다”며 “고인을 기리며 남은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돌보겠다”고 밝혔다.
치협도 치협회관에 조기를 게양하고, 지난 2일 신년교례회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4일에는 박태근 협회장, 이민정·홍수연 부회장 등 임원들이 장례식장이 마련된 조선대병원으로 단체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