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정책을 설계하는 공무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몇 년 전부터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사실 이미 늦었다” 같은 소회다. 미래가 창창하다면 경쟁력 제고 방안이니 강화 대책이니 각종 정책이 나올 일도 없을 테니 당연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실패 이후 멈춰버린 해외자원개발, 곡소리가 나고서야 부랴부랴 추진 중인 석유화학 설비 구조조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정부가 국가 에너지 대계인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2년마다 수립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할 때 후회하지 않도록 15년짜리 계획을 미리 세워두고 2년마다 검토·보완하며 차근히 이행하자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내년 말께는 2040년까지의 계획을 담은 12차 전기본이 확정될 예정이며 정부는 9일 이를 위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정부가 “이미 늦었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15년이나 미리 계획을 짜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에서는 우려가 크다. 전기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기본은 그 자체로 산업 정책이자 경제정책인데 전기본이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뀐 사례가 적잖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석탄 발전 확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 등이 그 예다. 당시 정권의 비합리적인 판단은 이제 와서 “당시에 석탄 발전을 더 늘려서는 안 됐는데” “당시에 원전 생태계를 죽여서는 안 됐는데”와 같은 비판과 후회로 남았다.
이번에는 이재명 정부가 첫 전기본을 앞두고 있다. 관건은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전원 구성이다. 2040년 석탄 발전이 폐지되는 와중에 급증할 전력수요를 추가 원전 건설 없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자 정권 입맛에 따라 바뀌었던 전기본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 2040년 잠재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상황에서 13차, 14차 전기본을 통해 뒤늦게 오류를 수정하는 것도 곤란하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기가와트)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만큼이나 정부의 과감하고 책임 있는 에너지믹스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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