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전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한 뒤, 소득세 부과를 통해 세수 확보와 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9차 '조세를 활용한 민생회복지원금의 효율적 운용방안' 조세정책세미나에서 김신언 세무사(법학박사, 미국 일리노이주 변호사)는 “지원금을 선별해 지급하는 행정적 낭비를 줄이고, 사후 소득세 과세를 통해 상위 소득층이 재정 부담을 일부 분담하도록 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조세정책학회(회장 오문성)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렸다.
“보편 지급 + 소득세 과세, 세수 최대 30% 추가 확보”
정부는 최근 추경을 통해 30조원 중 13조원 규모의 소비쿠폰 예산을 편성하고, 7월 중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금은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을 혼합한 절충형 구조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나 재원 조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김 세무사는 이에 대해 “지금처럼 선별 지급 방식으로는 시의성, 행정 효율성, 소비진작 효과 모두 부족하다”며 “전 국민에게 우선 지급한 뒤, 이듬해 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방식이 낫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고소득자에게 과세되며, 결과적으로 20~30%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득세법 개정 제안…“지원금, 공제금액 차감 방식으로 과세”
현재 소득세법상 무상으로 지급되는 민생지원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이에 김 세무사는 법 개정을 통해 “1인당 기본공제 150만 원 중 지원금 수령액만큼 차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소득으로 직접 간주하지 않되, 과세표준을 높여 실질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절충안이다.
그는 “기초생활수급 제외, 4대 보험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피하면서 법리적 타당성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등 고소득 소비처까지 지원금 사용 확대를”
김 세무사는 30조원이 소비되면 부가가치세만 2조 4천억원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산층의 소비 성향을 자극하기 위해 사용처를 백화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내수 회복과 함께 부가세·소득세 동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소상공인 채무 탕감과 관련해 조세제도를 연계할 수 있다며, “탕감액을 이월결손금과 상계하거나 향후 발생할 결손금에 대해 15년간 상계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중 혜택을 방지하면서도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조세정의 실현 방안이라는 평가다.

전문가 “신속성·재분배 효과 확보”…“부진정 소급 과세는 법적 문제”
토론자로 참여한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난지원금과 같은 일시적 지급은 분배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1인 가구는 인적공제가 없어 역진적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사후 선별 효과와 신속한 정책 집행 측면에서 김 세무사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과 합리성이 있다”면서도, “지원금이 사실상 기본소득의 성격을 띠는 만큼, 재원조달 방식과 사중손실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정 확보를 이유로 민생지원금에 과세하는 것은 정책적 정당성에서 벗어난다”며, “과세 시점이 법률 제정 이후여야 하므로 현 시점에서의 과세는 ‘부진정 소급’ 논리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오문성 회장 “보편·선별의 조화 필요…입법 논의 시급”
이날 세미나 사회를 맡은 오문성 조세정책학회 회장은 “지원금 지급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지만, 여전히 형평성과 행정비용 문제를 안고 있다”며, “기계적 평등이 아닌 효율적 배분과 행정의 간소화를 위한 입법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의원도 “보편 지급 후 과세를 통한 사후적 회수 방식은 신속성과 공정성을 함께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소득세법 개정과 세법 체계 정비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민생지원금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5선 의원인 더불어 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3선인 권칠승 의원, 소병훈 의원, 재선인 민병덕 의원, 신영대 의원, 오기형 의원이 공동주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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