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정산 지연 사태가 장기화되자 최형록 대표가 피해 입점사들과의 면담에 나서 조속한 변제를 약속하는데 나섰다. 이번 발란 사태로 플랫폼 업체뿐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입점사와 자금 흐름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형록 발란 대표가 미정산 입점사들과 대면하고 대금 변제 방안과 계획을 공개했다. 발란은 지난 10일에도 전체 거래액의 27%를 차지하는 상위 10위 입점사들과 첫 대면 미팅을 진행했으며 전날에는 2차 판매자 미팅을 마쳤다. 향후 순차적으로 전체 거래액의 약 50%를 차지하는 주요 입점사들과의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뒤이은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 등에 대해 사과하고 회생 신청 경위와 인수합병 계획, 판매 정상화 방안 등을 설명했다. 이에 일부 판매자들은 판매대금의 조속한 변제를 요구하며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날도 정산금을 받지 못 한 입점사들과 직접 만나 회생 경위 및 자금 계획, 입점사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입을 열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앞서 두 차례 진행한 입점사와의 대화에 이어 인수합병 경위 및 절차를 직접 설명하며 지속적으로 변제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발란은 현재 입점사 수백여 곳이 최소 수백만 원부터 최대 수십억 원까지 정산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입점사에 갚아야 할 상거래채권 규모는 약 176억 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1세대 업체로 꼽히는 발란은 지난 2015년 설립돼 1300여개 입점사를 보유하고 있다. 월평균 거래액도 300억 원에 이른다. 머스트잇, 트렌비 등과 함께 명품 플랫폼 열풍을 타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와 저마진 구조를 내세워 코로나19를 전후로 빠르게 성장했다. 최 대표가 지분의 37.63%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는 네이버로 7.98%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고물가와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며 명품 소비가 위축됐고 온라인 플랫폼 간 경쟁도 심화되며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하고 재무 여건에 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이어가는 등 과도한 마케팅 비용도 영향을 미쳤다. 발란의 영업이익은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의 누적 영업손실액은 724억 원에 달한다.
발란은 지난달 일부 입점사에 대한 정산을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정산금 과다 지급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는 점이 이유였다. 이어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정산 일정도 재공지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31일 발란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최 대표는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을 빠르게 추진하고 파트너사의 권익을 신속히 회복할 것을 약속했다.
이번 발란 정산 지연 사태를 계기로 입점사와 플랫폼 간 자금 흐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투명한 정산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 업체들은 무리한 마케팅 활동이나 외형 확장 경쟁 대신 영업이익률과 현금 흐름을 건전하게 하는데 더욱 신경쓰고 있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판매자 정산주기를 기존 3~9영업일에서 1~7영업일로 이틀 앞당기기로 했다. 머스트잇은 기존에도 업계 평균 대비 빠른 정산주기로 창립 이후 정산 지연 사례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판매 등급에 따라 구매확정 후 익일 정산도 가능해진다.
트렌비도 이달 한 달간 정산주기를 앞당겨 실시한다. 기존 2~3주 걸리던 정산금액을 1~2주 안에 지급할 방침으로 오는 9일과 16일, 23일에 정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유통업계도 정산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점사를 지원하는데 나서고 있다. 11번가는 발란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어려움을 겪는 판매자들에게 빠른 정산과 판촉을 지원한다.
11번가의 명품 버티컬 서비스 '우아럭스(OOAh luxe)'에 입점한 판매자 중 국내 사업자로 등록된 발란 피해 판매자를 대상으로 '11번가 안심정산'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다. 해당 판매자의 수입 명품 카테고리 상품을 대상으로 하루 최대 1000만 원까지 빠른 정산을 지원한다.
발란 관계자는 "법원의 절차에 따라 인수합병 주간사 선정을 마치고 선정 완료 후 공개 컨소시엄을 통해 다양한 투자자를 초청해 전략적 투자자뿐만 아니라 회생법인의 결손금 공제 혜택 등을 고려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라며 "현재의 상황에 책임감을 갖고 정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