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해석한 고흐 그림속 이야기...'고흐로 읽는 심리수업'.
고흐의 편지와 그림...'위로하는 예술가'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떠난 지 100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고흐를 소재로 한 두 권의 책이 잇달아 나왔다. '고흐로 읽는 심리 수업'과 '위로하는 예술가'가 그것이다.
'고흐로 읽는 심리 수업'(민음사)은 철학자 김동훈이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림을 통해 심리 용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고흐의 그림 가운데 특히 화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을 골라 137점 수록했다. 저자는 고흐를 통해 메시아 콤플렉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분리 불안, 피해 망상, 나르시시즘, 모방 욕망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고흐의 그림을 통해 심리학과 철학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왜 수많은 화가 가운데 고흐를 선택했을까. 고흐는 이 모든 인간의 약점을 통과하면서도 결코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예술적 취미를 만족시켜 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고흐는 진정한 예술가를 대표하는 동시에 우리 각자의 한 부분을 대변해 주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선생이다.
고흐는 자신의 귓불을 자르는 등의 정신적 위기를 겪지만, 이후 '별이 빛나는 밤'(1889년)에서 보듯 밤마다 별빛을 통해 안정을 찾아 나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말과 평판에 휘둘렸던 고흐가 점차 내면의 힘을 찾으면서 걸작들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고흐처럼 깊은 좌절을 통과하면서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나 자신의 힘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흐는 "상처받은 삶이라도, 새로운 생명과 희망은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지금 상처받고 좌절했다면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값 23,000원.
또 다른 책 '위로하는 예술가: 반 고흐의 편지와 그림'(민음사)은 반 고흐의 서간집이다. 반 고흐가 쓴 편지는 모두 844통이 전해진다. 이번에는 아를(1888년 2월~1889년 5월), 생레미 앙프로방스(1889년 5월~1890년 5월), 오베르쉬르우아즈(1890년 5월~7월) 시절 중에서 특히 그의 예술과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편지 75통을 골라 발췌 번역했다.
이 책은 고흐가 화가로서 한층 성숙해진 아를 시절의 편지부터 시작된다. 이후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귓불을 잘라낸 사건으로 인해 생레미 요양원을 거쳐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의 편지가 담겨 있다. 특히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년) 같은 걸작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의 편지도 수록됐다. 이 책에 수록된 고흐 그림만 170점인데 초기작보다는 주로 1888년 이후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난 한 세기가 지난 뒤에도 사람들에게 마치 다시 나타난 듯한 느낌을 주는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 그러니까 사진처럼 닮은 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색채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현대적 취향을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아서 우리의 열정을 표현한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 반 고흐의 편지 중에서.
그의 바람처럼 우리는 지금 반 고흐의 그림 앞에 서면 일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마침 반 고흐의 전시회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책을 읽고 돌아오는 전시회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올 것이다. 값 24,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