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사료값 급등 우려…축산농 ‘골치’

2025-01-07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달 가까이 고환율 현상이 유지되면서 사료업계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사료업계는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사료값 상승에 관한 축산농가들의 우려도 점증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 3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1.7원 하락한 1468.3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기점으로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우상향 기조를 보였다.

그러다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단기간 급등하며 12월27일에는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480원대를 돌파해 최고점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 다소 하락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여전히 원화 가치 약세 기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사료업계의 원가 부담 또한 커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의뢰하고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가 작성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5년 1분기 국내 축산업 분석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배합사료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국제곡물가격·환율·유가 등이다. 이 중 곡물가격이 배합사료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50%, 환율은 5∼10%, 유가는 10∼20% 수준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사료업체들은 국제곡물을 거래할 때 ‘유전스(USANCE)’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유전스는 수입 외화 대금의 지불을 일정 기간 미뤘다 하는 외상 거래를 뜻한다. 이때 적용되는 환율은 지불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유전스는 일반적으로 30·60·90일 등 지급기한을 두는데, 사료업계에서 유전스 거래 비중은 전체의 75%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9∼10월 이후 유전스 방식으로 원료곡 수입 거래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은 현재 고환율에 따른 여파를 직접 받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업체들은 선물환 거래를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환리스크를 회피(헤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선물환 거래는 외화를 미래 시점에 약정된 환율로 매매하는 거래다.

한 배합사료업체 관계자는 “석달 전 1300원대에 선물환 거래를 체결해 현재 고환율에 따른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선물환 거래를 하지 않은 업체들은 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국제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어 사료값 추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2월 국제곡물 관측’에서 올 1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를 전 분기보다 0.3% 하락한 108.0(2015년=100)으로 전망한 바 있다. 북반구 겨울밀과 곡물 주산지인 남미의 기상 호조로 생육과 파종이 원활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사료협회 관계자는 “국제곡물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사료업체들이 현재 고환율을 감내하고 있지만 20일(현지시각)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환율이 또다시 급등한다면 원가 상승 압박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도축수수료 상승 등 제반 비용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고환율로 인해 사료값까지 오르면 농가들이 사실상 절벽에 내몰릴 것”이라며 “예산 협의 등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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