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개막과 함께 전 세계 축구팬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들 스타들이 소속된 초호화 구단들로 향한다. 총상금 1억 2500만 달러가 걸린 이번 대회에서 이들의 활약은 단연 주목을 끌고 있다. CNN은 15일 “화려한 무대 한편에는 ‘기적의 여정’을 시작한 아마추어 팀이 있다. 바로 뉴질랜드 오클랜드 시티 FC”라며 “풀타임 직장을 다니거나 학업을 병행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이 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들과 나란히 대회에 참가하며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오세아니아 챔피언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오클랜드 시티는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 북부 교외에 연고지를 둔 클럽이다. 운전사, 음료 영업사원, 부동산 중개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이 팀은 “헐리우드 영화 같은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34회 우승에 빛나는 바이에른 뮌헨, 유럽 무대의 전통 강호 벤피카(포르투갈),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축구 상징 보카 주니어스와 한 조에 속해 있다.

팀 주장 마리오 일리치(세일즈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동력은 단 하나, ‘축구에 대한 사랑’”이라며 “우리는 두세 개 직업을 병행하면서도 최고 무대에서 경쟁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리치는 음료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오전 5시에 기상해 헬스장에서 개인 운동을 마치고 오전 8시에 사무실에 출근한다. 퇴근 후 오후 6시부터는 클럽 훈련에 참여해 밤 9시에 귀가, 다음 날을 준비한다. 그는 “우리 팀은 주 4회 야간 훈련을 하며, 토요일엔 지역 리그 경기를 치른다”며 “여자친구와 보내는 시간도 금요일 밤이나 일요일 잠깐뿐”이라고 토로했다.

골키퍼 코너 트레이시는 평일 낮에는 동물약품 유통회사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일하고 있다. 그는 “일이 너무 힘들어 부상을 달고 산다”며 “겨울 어두운 새벽과 밤, 체력 고갈, 부상, 정신적 스트레스 속에서 포기하려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클럽월드컵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버텼다”고 했다.

부주장 아담 미첼은 유소년 시절 세르비아 명문 츠르베나 즈베즈다에 입단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슬로베니아와 영국 하부 리그로 떠돌다 결국 뉴질랜드로 복귀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면서 축구를 병행 중이다. 미첼은 “모두 프로선수가 되길 꿈꾸지만,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며 “정해진 계약은 적고, 화려함은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오클랜드 시티는 다른 방식으로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뉴질랜드가 무패(3무)로 마친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오클랜드 시티는 이제 조슈아 키미히, 자말 무시알라, 해키 케인, 마누엘 노이어(이상 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최고 선수들을 마주하게 된다. 주장 일리치는 “미드필더로서 키미치를 존경해왔다. 직접 상대해볼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골키퍼 트레이시는 “마누엘 노이어는 골키퍼의 패러다임을 바꾼 존재다. 관광이 아니라 진짜 축구하러 미국에 왔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첼은 “해리 케인을 막게 되다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그는 내 생각에 현존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라며 기대했다. 일리치는 “우리는 환상을 품지 않는다. 상대는 수백억을 받는 프로고, 우리는 아마추어일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진짜 친구들이고, 서로를 위해 싸운다. 감독님의 계획을 따르고 최선을 다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결국 11명이 11명을 상대하는 경기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오늘도 꿈을 꾼다”고 말했다. 오클랜드는 16일 오전 1시 바이에른 뮌헨전을 시작으로 21일 벤키파, 25일 보카 주니어스와 잇달아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