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이승엽 두산 감독은 마무리 김택연 카드를 일찌감치 꺼냈다.
3-2로 앞서 있던 두산은 8회 등판한 두번째 투수 최지강이 롯데 빅터 레이예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3-3 동점이 되자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무사 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나승엽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점수는 3-4로 역전됐다. 다행히 김택연은 추가 실점 없이 8회를 마무리했다. 한 점 차는 두산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였다.
하지만 9회 김택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손호영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김택연은 전민재의 희생번트 타구를 직접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그러나 후속타자 장두성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위기에 처했다. 두산 벤치는 이영하를 마운드에 올리며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윤동희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주는 등 3실점하며 4-7로 역전패했다. 김택연의 기록은 1.1이닝 2실점이었다.
문제는 실점이 이날 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직전 경기인 20일 KIA전에서도 1이닝 2안타 1삼진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김택연은 지난해 2경기 연속 실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등판 간격이 길어진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택연은 최근 선발 투수만큼의 휴식 기간을 가지고 있다. 지난 8일 한화전에서 등판한 뒤 5일 뒤인 13일 LG전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7일 뒤 KIA전을 소화했다. 롯데전도 6일만의 등판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을 두둔했다. 그는 27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김택연은 세이브 상황에서 던지는 투수인데 어제(26일)는 우리가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투구수도 25개로 예상을 했다”라며 “투구수는 딱 맞췄지만 두번째 이닝에 들어가면서 좀 흔들렸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감독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그는 “크게 문제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팀을 위해서 택연이가 잘 던져줬다”라며 “위기에서 1실점으로 막아줬기 때문에 택연이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다”라고 선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택연은 지난해 5월 팀의 마무리 투수로 발탁된 뒤 한 시즌 동안 19개의 세이브를 쌓았다. 역대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신기록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그리고 정규시즌을 마치고 신인왕까지 받았다.
최근 2경기 연속 실점을 하기 전까지 7경기에서 무실점으로 뒷문을 막고 있었다. 작은 흔들림으로 사령탑의 믿음에 변화가 생길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