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중 어디 하나 믿을 만한 곳 없는 듯”
KT 측 대처 미흡 지적도···“실망스럽다”
시민단체, 통신사에 책임 있는 조치 요구

8년간 휴대전화 통신사로 SKT를 이용했던 직장인 정주하씨(33)는 지난 7월 KT로 갈아탔다. 지난 4월 SKT 유심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KT 이용자들 사이에서 무단으로 소액결제가 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정씨는 10일 “황당하다”며 “(통신3사 중) 어느 한 곳도 믿을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T는 유심 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자 신규 가입·번호 이동 등을 중단했다. 지난 5월 기준 40만명에 달하는 SKT 이용자가 ‘더 안전한 통신사’로 떠나갔다. 그러나 몇 달만에 한국에 더 이상 안전한 통신사는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정훈씨(27)는 “이쯤되면 업계 자체의 보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3사 말고는 통신사가 없어 옮겨도 또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한모씨(29)도 “언젠가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신씨와 한씨 모두 SKT를 이용하다 유심 정보 유출사고 후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다른 곳으로 통신사를 바꿨다. X(옛 트위터)에도 “어떻게 안전한 통신사가 없냐”, “SKT 해킹당했다고 KT 간 사람들 오히려 더 큰 피해 보는것 아니냐” 등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해킹 문제를 대하는 KT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정모씨(32)도 이번 해킹으로 추정되는 피해를 당했다. KT 알뜰폰 통신사인 KT M모바일을 이용하는 정씨 휴대폰은 지난달 26일 새벽 문자메시지가 수신되지 않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이더니, 곧 가입한 적 없던 문화상품권 결제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놀란 정씨가 소액결제 한도를 낮추는 등 조치를 취해 다행히 결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씨는 10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해킹 이후 고객센터로 전화해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더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들어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정씨는 “만일 당시 피해사례가 내부에서 제대로 다뤄졌다면 지금처럼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던 것 아니냐”며 “(KT가) 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 이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했던 걸 생각하면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결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했다. 이 대화방에는 100명이 넘는 피해자가 참여해 경찰 신고·소액결제 환불 절차 등 대응방안을 공유하고 있다. 대화방 참가자들 중 일부는 “KT 대처가 중소기업보다도 늦다”며 비판했다. 한 참가자는 “이번 일 해결되면 통신사를 바꿀 것”이라고도 했다.
시민단체는 통신사들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SKT 유심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해외 해킹 전문지로부터 KT와 LG유플러스의 해킹 의심 보고가 있었음에도 KT와 LG유플러스는 ‘이상 징후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통사 전반의 해킹 취약지점 전수점검에 나서야 한다”며 “(통신사 보안 사고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