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활용 자회사간 M&A…자회사가 손자회사로
최대주주 잠재 지분율 36%→50%…소액주주는 지분가치 희석
불성실공시 회피용 M&A 지적도
[인사이트녹경 = 박준형기자] 엑스플러스(전 하인크코리아) 매각을 추진하던 엑스페릭스가 전환사채(CB)를 이용해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매각 무산으로 자금 납입이 불투명해진 CB를 실질적인 자금투입 없이 자회사 지분 상계를 통해 인수했다. 단순히 자회사가 손자회사로 바뀐 것인데 이 과정에서 엑스페릭스는 엑스플러스 잠재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자회사가 손자회사로…엑스페릭스, 자금투입 없이 156억 CB 확보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엑스플러스는 300억원 규모의 4회차 전환사채(CB) 발행 대상을 최대주주인 엑스페릭스로 변경해 지난 25일 납입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납입금액은 기존 300억원에서 156억원으로 낮췄다.
4회차 CB는 ‘아이점더블유(I.w) 1호투자조합’이 대금을 납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납입일이던 25일 엑스플러스는 돌연 이사회를 통해 발행대상을 엑스페릭스로 변경했다. CB 대금 납입까지 이사회 당일 전부 완료됐다.
시장에선 엑스페릭스가 엑스플러스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CB를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CB 발행을 완료했지만, 엑스플러스에 들어온 자금은 전무하다.
4회차 CB는 엑스페릭스가 엑스플러스 매각을 추진하던 당시 발행을 결정했다. 다만 이후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고 납입 대상과 납입 일정이 수차례 변경됐다. 매각 무산으로 4회차 CB의 납입도 불투명해지자 엑스페릭스는 CB 납입대금을 자회사 지분으로 상계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엑스페릭스가 보유하고 있던 △엑스에이엠(100%) △퍼플코퍼레이션(70%) 지분과 엑스플러스 4회차 CB 납입대금을 상계했기 때문이다.
엑스페릭스는 계열사 양수도를 통해 지배력 강화에 성공했다. CB 발행이 완료되면 엑스페릭스 및 특수관계자의 잠재 지분율은 기존 36.27%에서 50.31%까지 늘어나게 된다. ‘엑스페릭스→엑스에이엠·퍼플코퍼레이션’이던 기존 지배구조가 ‘엑스페릭스→엑스플러스→엑스에이엠·퍼플코퍼레이션’으로 변경됐을 뿐이지만 엑스플러스 지분율이 크게 늘면서 계열사 전반적인 지배력도 높아졌다.
익명의 회계업계 전문가는 “기존 자회사가 손자회사로 바뀌었을 뿐 엑스플러스에 실질적으로 들어온 자금은 전무하다”면서 “엑스페릭스 입장에서는 자금투입 없이 지배력을 대폭 강화하는데 성공했는데 정상적인 자금조달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불성실공시 회피에 지배력도 강화…소액주주는 지분가치 희석
엑스페릭스가 엑스플러스의 CB를 급히 받아 간 것과 관련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회피하기 위함이란 지적도 나온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피하고자 납입 금액을 50% 이내로 조정했다는 해석이다. 코스닥 공시 규정상 CB 발행 규모를 50% 이상 변경하거나 납입일을 6개월 이상 변경할 경우 ‘공시변경’에 해당한다. 4회차 CB 최초 공시 당시 납입일은 지난해 8월30일이었다.
앞서 엑스플러스는 경영권 매각과 함께 300억원 규모의 4회차 CB와 1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다만 지난해 8월 경영권 매각이 철회되고 190억원 규모의 유증이 철회되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8점의 벌점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후 1년간 누적벌점이 15점 이상일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CB 상계를 통해 지배력 강화와 불성실공시법인 우려까지 해소했지만, 기존주주들은 주식가치 희석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커졌다. 4회차 CB의 전환가액은 617원으로 주식전환시 발행가능한 신주는 2536만4667주에 달한다. 이는 발행주식총수의 28.27%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인 자금조달 없이 지배구조만 변경됐는데, 엑스플러스의 발행주식 늘어날 경우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면서 “자금조달의 목적보단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회피 등의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엑스페릭스 관계자는 “엑스플러스 매각 과정에서 매각 대상자의 요청으로 CB 발행이 결정됐는데, 매각이 무산되면서 납입 대상을 찾기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면서 “엑스플러스가 매각 이슈 등으로 불안정했던 만큼 안정화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최대주주인 엑스페릭스가 CB를 직접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엑스플러스와 퍼플코퍼레이션이 모두 휴대폰 액세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사업 연관성이 높아 엑스플러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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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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